[월드투데이 심재민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

11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는 검찰에 압류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경매가 처음 열렸다.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이라고 이름 붙은 이날 경매에는 컬렉터와 취재진, 일반인 등 평소의 두 배에 달하는 4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검찰에 압류된 미술품 600여 점 중 이날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80여점.

▲ 김환기 '24-VIII-65 South East'

이중 경매 전부터 가장 관심을 끈 김환기의 1965년 뉴욕 시대 유화 '24-Ⅷ-65 South East'는 출품작 중 가장 높은 가격인 5억5천만원에 낙찰됐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에 비해 4억원에서 시작한 경매가 5천만원씩 호가해 단 3번 만에 싱겁게 낙찰이 이뤄지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당초 경매 추정가가 4억5천만∼8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서 낙찰이 이뤄진 것을 놓고 K옥션 측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K옥션 이상규 대표는 "(낙찰액이) 더 (올라)가도 되는데 아쉽다"면서 "큰 작품에 대해 부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환기 '무제'

이어진 경매에서 김환기의 또다른 작품 '무제'의 호가가 한 서면 응찰자에 의해 1억원으로 껑충 뛰자 곳곳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 작품은 1억1천500만원에 낙찰됐다.

김환기의 작품 경매가 끝나자 일부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이번 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에 쏠린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두 5점이 출품된 오치균의 작품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감나무가 있는 고향 마을 풍경을 표현한 '가을정류장'(경매 추정가 1억∼2억원)이 현장과 서면 응찰자 사이의 열띤 경합 끝에 2억2천만원에 낙찰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경매 추정가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된 작품도 있었다.

▲ 김대중 '서산대사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에게 결혼 선물로 준 서예 작품 '서산대사 시'(경매 추정가 200만∼400만원)는 당초 160만원에서 출발했으나 호가를 20만원에서 50만원, 다시 100만원으로 올리며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결국 2천300만원에 낙찰됐다.

김 전 대통령이 쓴 서예 작품 '실사구시'(낙찰액 720만원)와 전 전 대통령이 쓴 '고진감래'(낙찰액 1천100만원)도 경합 끝에 경매 추정가의 5∼10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렸다.
이른바 '전두환 컬렉션'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될 때만 해도 작품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이날 경매에서는 예상(20억원)보다 많은 25억7천만원에 모든 작품이 낙찰됐다.

▲ 야드로 'Angel of the Mirror'

주제가 있는 경매로 100% 낙찰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는 게 K옥션 측의 설명이다.

이번 경매가 침체된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매 현장이 이날처럼 활기를 띤 것은 4∼5년 만이라는 게 미술계의 반응이다.

▲ 이대원 '농원'

이 대표는 "경매의 출발은 안 좋은 부분이 있었지만 오늘 경매가 잘 진행돼 앞으로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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