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폐기·대화록 유출 의혹’ 놓고 여야 충돌

▲ 여야의 공방이 벌어진 국회 법사위

[월드투데이 = 이상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7일 전체회의에서는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와 관련, 전날 이뤄진 민주당 문재인 의원 조사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새누리당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문 의원의 '사초 폐기'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 민주당 등 야당은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 수사와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며 대선유세 과정에서 대화록 내용 일부를 공개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도 소환조사하라고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문 의원이 대화록 미이관 경위를 정말 몰랐다면 제2인자로서 허수아비였다는 실토”라며 “알았든 몰랐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회선 의원은 “문 의원이 ‘나를 부르라’고 해놓고 막상 조사를 받고 나서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본질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대통령이 황금마차 탈 때 검찰이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 ‘망신주기’를 하고 김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조사는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서영교 의원은 “친박실세인 김무성 의원이 두렵느냐”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사초 폐기 의혹과 관련, 여야는 조선시대 실록 편찬을 완료한 뒤 ‘초고’는 없애던 ‘세초’(洗草) 제도를 놓고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리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세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 선조들의 지혜”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씨 하나 안틀리게 있던 대로 그대로 남겼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참여정부는 조선시대 때 처럼 초본을 파기하고 수정본을 남긴 것인데 검찰이 자꾸 사초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박 의원은 현 정국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각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감독, 황교안 법무장관 주연의 총체적 공안정국”이라고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황 장관은 이날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 수사 진행상황을 집요하게 묻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며 진땀을 뺐다.
또한 국정원이 ‘여직원 댓글 사건’의 주인공인 김 모 씨의 변호사 비용을 일단 대납한 뒤 직원들의 자체 모금 운동을 통해 비용으로 쓰인 예산을 뒤늦게 모두 메운 것과 관련,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에 모호한 답변태도를 보이다 곤욕을 치렀다.
박영선 위원장은 “지금 법무장관 위에 국정원장이 있느냐. 공무원들이 개인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지출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호통을 쳤고, 그제야 황 장관은 “안된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한편 야당 법사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국정원의 조직적 범죄혐의가 인지됐음에도 불구, 이를 방기한다면 정치검찰의 구태를 되풀이하는 일”이라며 국정원의 총체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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