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10여명 급여 과다계상해 비자금 수십억 조성

▲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는 이석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월드투데이 = 전승원 기자]

검찰이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KT 이석채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정계가 떨고 있다..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이 회장이 회사 임직원 10여명의 계좌를 이용해 임금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것.
또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이 전직 차관급인 인사에게 부부 해외여행 경비 명목으로 한번에 1만여 달러씩 모두 수만 달러를 건네고, 자녀 해외 유학 경비로 수만 달러를 지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 측이 이 인사에게 사업상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금품로비를 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 회장 최측근인 김모 사장이 연루된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포착하고 김 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김 사장은 지난 6일 오후 사업차 아프리카 우간다로 출국하려다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영국 국적자인 김 사장이 영국령인 우간다로 출국하려 했다는 점에서 해외도피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은 케냐에서 입국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으며, KT는 12일 이 회장 사표 수리 및 후임 인선 등과 관련해 이사회를 개최하려던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김 사장이 IT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는 KT의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BIT) 과정에서 사업비 9000억여원 중 상당 부분을 해외로 빼돌렸는지 여부, 수상한 해외 컨설팅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씩이 지출되는 데 관여했는지 등도 의심하고 있다.
또 KT계열 위성사업 업체를 맡아 무궁화위성 2호와 3호의 매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이 다시 정관계 로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김 사장과 이 회장의 관계 등에 비춰 이 회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사장은 영국 통신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 출신으로 PCS 사업자 선정비리 의혹에 연루돼 무죄를 선고받은 뒤 곤궁에 빠져 있던 이 회장에게 BT 고문 자리를 마련해 준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이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KT에 입사해 주요 임원이 됐다.
앞서 참여연대는 사업 추진과 사옥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2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KT본사, 이 회장 및 김 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회사 임직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하고 있다.
◇ 이석채 회장 측근 출국 불발 = 이런 가운데 이석채 KT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일영 KT 그룹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이 출국을 시도하다 불발됐다.
김일영 사장은 6일 저녁 우간다로 출국하려다 출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출국을 저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석채 회장의 최측근인 김 사장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포착,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김 사장은 이석채 회장을 대신해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면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요웨리 대통령과 이석채 회장이 면담, KT의 아프리카 사업에 대한 논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김 사장이 아프리카 출장길에 오르려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가는 김 사장의 출국시도와 관련, 검찰이 이석채 회장과 측근 임원들의 자택 압수수색 등 수사가 확대되자 해외로 도피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김일영 사장은 영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과거 영국령이었던 우간다에서는 김 사장이 현지 운신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다.
김 사장이 우간다에서 귀국한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재차 출국하려던 점도 ‘도피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편 정계는 이석채 회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 가면서 정관계의 로비의혹이 증폭됨에 따라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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