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폐지가 또 다른 기회인 이유

▲ 위기론에 시달리는 강호동(가운데)

다시 한 번 강호동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2011년 9월 세금 과소 납부 논란을 계기로 잠정 은퇴하고 2012년 8월 SM C & C와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화려하게 컴백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폐지 프로그램이 3개, 복귀 후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예체능’ 은 6%대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예능 무주공산 화요일 밤임을 감안하면 수치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이다. 오늘날 예능 트렌드와 가장 동떨어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타킹’ 만이 그의 이름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강호동의 리얼 버라이어티임을 전면에 내세웠던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의 폐지는 확실하고도 다급한 위기 신호다. 지난 4월 21일 해외 로케라는 대형 스케일로 시작한 ‘맨발의 친구들’은 몸으로 고생하는 리얼 미션, 팀워크의 파이팅이 필요한 다이빙 대회, 강호동의 또 다른 특기이자 '먹방' 트렌드를 고려한 집밥 먹기 프로젝트 등 강호동이 판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봤으나 죄다 실패했다. 웃음 대신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냐는 의문을 샀다. 무엇보다 이런 일련의 실패들은 강호동이 오늘날 예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캐릭터라는 의구심의 증거로 쌓이고 있다.
그런데 정확히 할 것은 예능계 쌍두마차로 군림하던 그가 잠정은퇴 후 복귀에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강호동표 예능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할 만큼 강력한 스타일을 갖추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은퇴 이전부터 ‘무릎팍 도사’ 나 ‘1박2일’ 과 같은 그의 대표작들은 이미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이것은 강호동이 천하장사 출신으로 에너지로만 웃기는 MC가 아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따라서 ‘맨발의 친구들’ 의 폐지는 강호동 개인에게 뼈아픈 전적으로 남겠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기회이다. 여전히 강호동은 예능 관계자들 섭외 1순위에 있는 제작진이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MC이자 불확실한 미래에 성공을 보장할 확실한 카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 가능성도 그 어떤 예능 선수보다 높다. 이는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강호동에게 있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자기계발서의 그저 그런 주문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이는 강호동 본인의 현재 캐릭터에게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가 이 위기에서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자리에서 잘 내려와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생각을 달리해 다양한 기회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에 맞는 캐릭터로의 변신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강호동은 변신보다는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시 치고 올라갈 파도를 마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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