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일요시네마 영화 ‘베니와 준’ 주제와 감상포인트은?

[월드투데이 김복희 기자]

영화 ‘베니와 준’을 보기 전에 꼭 명심해야 할말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바보”라는 말을 상기하는 게 감상 포인트중 하나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연연해 하고 소소한 것들까지도 신경을 많이 씀으로써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혹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일이 아닌데도 힘든 일로 만들어버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넘지 못하는 장애를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사는 것이 옳고 다른 이들과 같이 평범한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 내 우리의 시선으로는 정상인이 아니고 행복할거 같지 않은 이들의 삶이 내심 부러운 것을 알수 가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하고, 스토리도 보고 나면 마음이 참 흐뭇해지는 그런 속내가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베니와 준, 그리고 샘이 주인공인데 베니는 준의 오빠이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을 하면서 동생 준을 끔찍이 아끼고, 잘 돌봐 준다.

준은 그림 그리는 게 취미인데 약간 정서가 불안한 면이 있고 하지만 준 역시 한 명의 '여자'라는 건 분명하다.

물론 오빠인 베니는 준을 끔찍히 위하지만 동생으로서일 뿐이고 자신을 돌보느라 데이트도 안 하는 오빠를 볼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준에게는 뭔가 2% 부족한 나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느 날 밤 아주 황당한 해프닝으로 샘(조니 뎁)이 베니와 준, 두 사람만의 생활에 끼어들면서 영화가 아주 재밌이어 진다. 샘은 영화에 관심이 많고, 퍼포먼스 같은 걸 잘하고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해 해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을 훌륭히 감당해 내고 서로 비슷하게 통하는 엉뚱한 면까지 완전히 천생연분 이라는 단어가 딱 맞다.

그런데 조니뎁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왠지 ‘이 사람의 일상생활이 이런 건 아닐까’ 하는 환상(?)도 생긴다.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은 샘의 퍼포먼스. 그리고 다리미로 토스트를 만드는 장면 이 두가지이다.

'베니와 준'에서 얻을만한 교훈?은 ‘짚신도 짝이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두 가지가 감상 포인트의 필수다.

영화 ‘베니와 준’ 줄거리 & 결말

베니(에이단 퀸)와 준(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은 세상에 단 둘뿐이다.

오빠 베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있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동생 준은 집을 지킨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베니는 준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베니에겐 개인적인 생활도 없다. 그나마 정비소 동료들과 저녁마다 즐기는 카드게임이 여가의 전부다. 돌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 베니는 준을 데리고 동료의 집을 찾는다.

잠시 베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준은 카드 테이블에 끼어앉아 판돈 대신 엉뚱한 약속을 걸고 게임을 한다. 그 바람에 베니와 준은 베니의 동료가 데리고 있던 골칫덩이 사촌 샘(조니 뎁)을 떠맡게 된다.

▲ 주요 출연 배우
버스터 키튼을 롤모델로 삼은 샘은 조금 이상한 남자다. 고전영화의 레퍼토리를 줄줄 외는 일은 예사, 다리미로 식빵을 굽거나 길 가다 말고 퍼포먼스를 벌여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일쑤다. 샘과 준은 묘한 데서 취향이 맞아 금세 가까워진다. 덕분에 베니도 근심을 덜고 정비소에 차를 맡기러 온 무명배우 루시(줄리안 무어)와 연애를 시작한다.

베니는 샘의 연기 재능을 눈여겨 보고 샘이 오디션을 보도록 적극 권유한다. 뾰족한 소녀인 준은 샘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랑을 알게 된다. 오빠로부터 독립해 온전한 한 사람의 여자로 살고 싶은 준은 샘과 사랑의 도피를 꾀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그마저 실패한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준은 자동차를 타면 발작을 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베니는 크게 화를 내며 샘과 준을 떨어뜨려 놓고 샘에게 심한 소리를 한다. 준은 주변의 신고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다. 첫사랑을 잃은 준은 오빠에게 앙심을 품고 오빠의 면회를 거부한 채 하루하루 바싹 말라간다.

베니는 준에게 생기를 되찾아주려면 샘이 돌아와야 한다는 걸 깨닫고 샘과 화해를 한다. 정신병원의 엄중한 수비를 따돌리고 준의 병실까지 잠입한 베니와 샘은 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성공한다. 준과 샘, 베니와 루시의 생활은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

영화 ‘베니와 준’ 주제

약자에 대한 사려 깊은 묘사가 돋보이는 ‘베니와 준’은 ‘비정상’으로 분류되기 쉬운 인물들을 내세워 평등하고 따뜻한 영화 속 세계를 완성한다. 신경과민에 제멋대로인 준은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논리와 폭력으로 점철돼있다고 믿는다. 습관적으로 집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에게 쉽게 가시를 세우고 마는 준은 과연 정상이 아니기는 하다.

베니는 끈기와 인내심으로 준을 돌보지만 그건 준을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려는 의도라기보단 가족이자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한 행동이다. 어떤 의미부여도 없이 즉흥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샘은 준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해가는 준에게 샘은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자신도 괴팍한 녀석이라 취급받을지언정 샘은 타인이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과 규칙을 갖고 준에게 접근한다. 준은 처음으로 자신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해준 샘을 사랑하게 된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던 둘의 삶은 사랑을 알고부터 활기를 띤다. 서로를 향한 진실한 관심과 호의는 준과 샘의 무료한 생을 생기있게 만들고, 그 모습은 베니와 루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화 ‘베니와 준’ 감상포인트

청년기 조니 뎁의 대표 캐릭터라 해도 좋을 만큼 샘은 조니 뎁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마치 버스터 키튼처럼, 조니 뎁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선 샘을 무표정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표정없이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을 펼쳐 주변에 웃음을 안기는 한편, 진심의 바닥이 어디쯤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깊고 묵직한 눈빛으로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고히 한다. 특히,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무명배우 루시와의 첫만남에서 샘이 루시가 출연한 영화의 한 장면을 즉석에서 연기해 보이는 장면은 더없이 사려 깊고 따스한 접촉의 기억으로 남는다.

부스스한 단발머리와 고풍스러운 의상은 한동안 조니 뎁의 특정한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거리가 되곤 하는 건 샘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림에 재능을 보이는 준도 마찬가지다.

심오한 예술가의 정신적 세계를 당연히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둘은 둘만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행동으로 그들의 세계를 공고히 하고 그 안에서 충만해진다. 설령 그들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준과 샘이 나누는 감정적 교류의 결과물들, 그림이라든지 연기라든지 발명품들을 보고 있자면 관객들의 마음 역시 호의와 사랑으로 충만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된 곡, 프로클레이머스의 I’m Gonna Be(500 Miles)는 사랑스럽고 클래식한 무드를 한껏 살린다.

<기사출처=EBS 일요시네마 ‘베니와 준’ /사진= 영화 ‘베니와 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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