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원리응용하여, 시간여행 가능...사이파이현실화
[월드투데이 정새무기자]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예측했던 ‘중력파’가 다시 관측됐다. 작년 9월 첫 중력파 검출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또 다른 중력파가 관측된 것이다. 이번 관측으로 중력파의 존재가 더욱 확실해져 블랙홀 생성이나 천체의 탄생 등 미지의 우주 영역 연구가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과학협력단(이하 라이고 협력단)’은 작년 9월에 이어 또다른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하고 15일(현지시각) 연구결과를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쿠르트 괴델(Kurt Godel)은 우주 자체가 회전을 하면, 그 주변의 빛을 끌어당기게 되면서 일시적인 인과율의 고리인 닫힌시간곡선(Closed Timelike Curve)가 생성된다고 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시간여행을 할때 정확히 원래의 지점과 원래의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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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리처드 고트(J. Richard Gott)교수가 제안한 우주끈(초끈 이론과 다름)을 이용한 시간여행 이론도 있다.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 신호는 작년 12월 26일 오후 12시 38분 53초(한국 시각)에 검출됐다. 라이고 협력단은 이 때 검출된 신호를 수개월 동안 분석한 뒤 지구에서 14억 년 떨어진 곳에 있는 태양 질량의 14배인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8배인 블랙홀이 병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라는 결론을 내렸다. 라이고 협력단이 처음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하고 올해 2월 발표한 중력파는 작년 9월 14일에 검출된 신호였다.

2개의 블랙홀 병합으로 발생하는 시공간의 물결처럼 퍼지는 파장인 중력파 모식도/NASA 제공 ▲ 2개의 블랙홀 병합으로 발생하는 시공간의 물결처럼 퍼지는 파장인 중력파 모식도/NASA 제공
중력파는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거나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주변으로 동그랗게 물결이 파동처럼 나가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뒤 1916년 방정식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했다.

작년 9월과 12월 관측된 중력파 신호는 모두 2개의 블랙홀이 병합할 때 생긴 것이다. 우주에서 블랙홀 병합이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라이고 협력단의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9월 첫 관측 후 블랙홀 충돌에 의한 중력파가 예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번 두 번째 중력파 관측은 연구진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라이고 협력단의 대변인인 가브리엘라 곤잘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는 “우리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블랙홀이 존재하는지 이제야 본격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2개가 서로 주위를 도는 ‘블랙홀 쌍성계’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한다고 알려졌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빨라지며 충돌해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는 것이다. 약 14억 년 전에 발생한 이번 중력파 신호는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기 직전 마지막 27회의 공전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계는 연이은 중력파 관측 성공 사실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생긴 초신성 폭발, 블랙홀 생성, 중성자별의 병합 등 그동안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었던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중력파 관측으로 이들 천체의 질량이나 회전, 병합 등 기본적인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고 천체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의 특성 등을 보다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력파 관측 연구진은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중력파 분석에도 한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대 등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Korean Gravitational-Wave Group)’은 2009년부터 라이고 연구에 참여했다.

KGWG의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사는 “이제 중력파가 일상적으로 검출될 날이 머지 않았다”며 “이는 중력파가 일회성의 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주를 보는 중요한 관측수단이라는 사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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