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 老부부 삶, 죽음, 사랑과 고통, 그 속에 담긴 애환

[월드투데이 김복희 기자]

18일 EBS ‘세계의 명화’시간에 방영되는 영화 ‘아무르’는 미하엘 하네케의 2012년 작품으로 제6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명작이다.

죽음을 앞둔 한 부인과 그녀를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80대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미하엘 하네케의 또 다른 연출 스타일을 엿보는 게 감상의 주된 포인트이다.

줄거리 & 결말

은퇴한 음악가 부부인 조르주와 안느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제자의 피아노 연주 공연을 보고 돌아온 날,

부부는 누군가 집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다음날 아침 안느의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안느는 경동맥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는다. 문제는 그녀가 점차 상태가 나빠지는 5퍼센트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오른쪽이 마비된 채 병원에서 돌아온 안느는 조르주에게 자신을 다시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그녀를 간호하지만, 딸 에바는 부모의 그러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자존감을 지키고 싶은 안느는 쇠약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딸과 자랑스러운 제자의 방문도 그녀에게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점점 기억과 의식을 잃어가던 안느의 병세는 더이상 자존감을 지켜낼 수 없을 만큼 악화되기에 이른다.

조르주는 말을 잃은 채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일쑤인 안느에게 지쳐가고, 결국 그녀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헌신적으로 안느를 간호하던 조르주는 그녀를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는 노부부의 삶과 애정 그리고 삶의 무게속에 지내는 사랑을 담고 있다.

작품속에 담긴 슬픔 사랑의 부부애

영화 ‘아무르’는 제목처럼 80대 노부부의 ‘사랑’에 대한 영화다. 미하엘 하네케는 영화 전반에 걸쳐 두 노인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을 담아내며 이상적인 노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대화 상대이고, 육체적 사랑에도 게으르지 않으며,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행동한다.

하지만 하네케가 ‘아무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지 이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런 사랑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찾아왔을 때의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은 아내를 돌보는 조르주의 모습에 존경을 표하지만, 예정된 운명인 죽음의 힘은 그런 조르주의 마음마저 뒤흔든다. 미하엘 하네케는 죽음의 압도적인 힘 앞에 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죽음은 넉넉한 마음의 노인마저 감당하지 못할 감정에 허덕이게 한다. 조르주는 낯선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 하던 10살 무렵의 소년 시절로 되돌아간다(아내를 죽이기 전에 그 무렵 첫 캠프의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조르주는 안느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또는 안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크게 흔들리는 사랑의 감정을 붙들기 위해 그녀의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다.

조르주는 그 결단의 순간, 아니 그 지점에 당도할 때까지 사랑에 뒤따르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다. 조르주에게 고통과 사랑은 서로의 이명(異名)이다. 그것이 〈아무르〉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사랑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르’는 노인의 결단을 보여주고 그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사랑이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의무가 되고, 의무의 이행이 사랑의 감정마저 무너뜨리는 고통이 되어갈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하는 질문. 또는 조르주의 결단을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영화 엔딩에서 떠나버린 조르주의 자리에 앉은 에바의 모습처럼, 그 사랑의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것이 그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하는 이유다.

영화 아무르 주요 등장인물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 : 병든 아내 곁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80대 남편.

안느(에마뉘엘 리바) : 점점 병들어가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80대 부인.

에바(이자벨 위페르) : 노부부의 딸. 병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 아무르 명장면 명대사

“당신한테 못해준 이야기가 내겐 아직 많아.” 조르주
반평생을 함께한 80대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말. 어떤 말보다 심금을 울리는 사랑 고백이며 부디 좀더 자신의 곁에 머물러달라는 절실한 기도다.

노부부의 진정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무르’는 • 2012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 2013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 2013년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 2013년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에마뉘엘 리바), 외국어영화상 • 2013년 세자르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에마뉘엘 리바), 남우주연상(장 루이 트린티냥), 각본상(미하엘 하네케) 등을 수상한 것에서 말해 주듯 금세기 꼭 봐야하는 작푼을 가진 영화다.

영화 ‘아무르’ 주제곡 얽힌 사연 음악

음악가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아무르’에는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 등의 곡이 담겨 있다.

영화에 실린 모든 곡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했다. 그는 영화에 부부의 제자로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 비슷한 주제의 한국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스틸
이 장면에서 타로가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바가텔 Op. 126 No.2’로, 바가텔(Bagatelle)은 피아노를 위한 소곡을 가리킨다. 알렉상드르 타로는 이 곡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안느의 오른팔이 마비된 것을 알게 된다.

또 영화 ‘아무르’의 주제는 노부부의 사랑 인생의 절정기에 달하는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해주기에 비슷하 주제의 영화는 한국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추창민) : 강풀의 웹툰을 바탕으로 추창민 감독이 만든 영화. 노인이 병들어 죽음을 앞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에피소드는 ‘아무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또 ‘씨 인사이드’(2004,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영화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선택일 수 있는지 묻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클린트 이스트우드)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것이 상대방의 존엄을 지키는 행위일 수 있는지..내용 등이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다.

<기사자료=영화 아무르 영상자료/사진출처=영화 아무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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