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운전면허시험, 한국에서 운전하면 머릿속이 깜깜
[월드투데이 정새무기자]

한국에 와서 운전을 하려면 머릿속이 깜깜하다는 외국인들이 많다. 좁은 골목길에 보복운전, 욕설운전이 많아서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려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면허 취득을 하려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여전히 뒷전이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충북도내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외국인은 모두 3026명에 이른다. 2011년 1076명, 2012년 1280명, 2013년 1408명, 2014년 2632명의 외국인이 면허를 취득한 것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면허취득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면허취득자의 국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2011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외국인의 국적은 26개 국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6개 국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다양해졌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하는 운전면허시험은 다국적화되고 있는 면허취득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주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학과시험에서 지원하는 외국어는 10개 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따갈로어(필리핀),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캄보디아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로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반면, 기능과 도로주행 시험에서 지원하는 외국어는 영어 하나뿐이다.

때문에 현행법상 신규 면허자는 교통안전교육 1시간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제공하는 자막은 영어뿐이기 때문에 타 언어권 응시생은 제대로 된 교통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영어가 가장 국제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해놓고 있지만, 이는 도내 실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11~2015년 15개의 영어권 국가 출신 도내 면허취득자는 전체의 7.7%에 지나지 않는 반면, 중국인(74.3%)이 가장 높은 취득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결국 응시생이 한국어나 영어를 모르는 국적을 갖고 있다면 감독관의 손짓이나 몸짓을 보고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조치 이후 ‘물 면허시험’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외국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 및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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