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제발 대중교통에서 스포일러하지말아주세요..울상

[월드투데이 정새연기자]

부산행이 스포일러로 몸살이다. 어떤 택시운전사는 극장앞에서는 손님을 태우지 않는다는 웹툰이 나올정도. 스포일러란 내용누설. 주로 스포라고 줄여쓰며 일본어로는 네타바레(ネタバレ), 이걸 한국에서 줄여 만든 말이 네타. 사실 네타는 원래 얘깃거리 정도의 뜻인데 한국에서만 스포일러의 뜻으로 쓰인다. 반대로 영어권에서는 한국과 똑같이 스포일러는 누설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서는 네타항목 참조. 일반적으로는 네타보다 스포쪽이 훨씬 많이 이용된다. 한국어로는 누설이 제일 뜻이 가깝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다듬기 운동의 일환으로 '헤살'이란 낱말을 쓰길 권하고 있는데, 사실 '헤살'은 짓궂게 훼방놓는 일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라 조금 다르다…. '까발리기' 내지는 '까밝히기'를 쓰자는 사람도 있으나 그 또한 훨씬 범위가 넓은 말이다. '미리니름'이란 말은, 이영도 팬덤에서 쓰기 시작한 말로 표준어는 아니지만 '니르다'라는 고어가 예스럽기 때문인지 사용자가 꽤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어려운 말 쓰지 않아도, '내용누설'로 간단히 대체 가능하며 애초에 이쪽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이 인쇄매체에 등장한 것은 약 1970년대라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스포일러라는 말이 대중화된 계기는 바로 서울극장 앞 유주얼 서스펙트(1995년) 스포일링. 극장 앞에 선 사람들에게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큰 소리로 "xxxx(4글자)가 범인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런 개객끼가 있나

백괴사전에서는 스푸알레흐(spoiler를 프랑스어식으로 써진 그대로 읽은 것[3])라고 읽는 것 같다.

스포일러는 사람의 지식과 취향에 따라 갈라진다. 어떤 사람은 스포일러를 극히 싫어하므로 이런 사람에게는 주의하자. 범인은 XX다! 라는 외침을 좋아하는 사람이 흔할리가 없다 예로 스포를 들어도 오히려 스포일러까지의 과정과 그 중간의 일이 더 궁금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 "모닝스타로 뒤통수를 후려맞는 듯한 반전의 맛"을 바라는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혐오한다. 또한 반전 같은 게 아니라도 가만히 모르고 볼 때 더 재밌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행위를 좋아하진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하나하나 처음 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충격을 바라는 것이며, 그러므로 이야기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를 싫어한다.

게다가 스포일러의 가장 큰 폐해는 결말까지 하나하나 풀어가며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반감되며 서술 트릭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1인칭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장점들이 다수 무효화된다는 점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어떻게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을 연출하는걸 방해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작품을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야 결말을 알게되니. 수수께끼를 답 읽고 푸는셈.

결론은 쓸데없이 스포일러를 남발하는 행위는 어떤 장르에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트롤링이며 특히 호러나 미스터리 등 반전이 중요한 작품 독자들에게 시전했다간 뺨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반대로 영화나 드라마 등과 달리 스포츠는 그 특성상 매체에서 경기 결과를 빨리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팬들 입장에서도 결과에 따라 이런저런 토론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온 즉즉 풀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일단 이 항목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스포일러의 주된 의미는 "줄거리의 결정적인 부분을 까발리는 행위"인데 결정적인 부분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 등에서는 루프라도 하면 모를까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 관련 사이트나 관련 주제들로 회자되고 있는 게시판에서 간혹가다 "스포 좀 자제여" 라고 누가 하면 전부 다 "TV 신문 네이버 메인화면에까지 결과 다 때리고 있는데 스포 자제하려면 님부터 세상과 인연을 끊든가." 라는 반격으로 요격당한다. 스포츠는 라이브로 봐야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볼 기회 생길 때까지 회피하자. 현대사회에 사는 인간의 보편적 상식은 스포츠 경과를 알리는 것을 스포일러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몇몇 이상한 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스포일러 맞다며 하지말라고 우기지만, 전 언론들에서 모두 바로바로 알리는데 자신만의 이상한 관념을 사회에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 어떤 행위를 규범화 시켜 강제력을 발휘하려면 사회 구성원의 총의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1시절 온게임넷은 재방송에서 미니맵에 승리하게될 선수를 찬양하는 식으로 스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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