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축률 8.66% 추정, "근본적인 정책 과감하게 시행해야"

[월드투데이 박소진 기자]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수출은 매달 최장기 마이너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8.66%로 추정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다. 가계저축률은 전체 저축률 중 정부나 법인의 저축을 뺀 저축률로, 가계저축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011년 3.86%, 2012년 3.90%에서 2013년 5.60%로 뛰었고 2014년 7.18%, 2015년 8.82%(추정치)로 계속 오름세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올해 한국보다 가계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20.13%), 스웨덴(16.45%), 룩셈부르크(17.48%), 독일(10.38%) 등 네 나라 뿐이다.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에서는 가계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한다. 고용이 늘고 가계의 소득도 불어나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상승한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현 상황에서 저축은 경제 전반의 소비만 줄이는 역효과를 낸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저축의 역설’이다. 케인스는 개인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이라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 민간소비는 줄어 불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축률 상승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의 흐름과도 다르다.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2012년 7.63%에서 지난해 5.0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캐나다도 4.72%에서 4.26%로 낮아졌다. 일본 가계 저축률은 1.23%에서 1.32%로 큰 변동이 없었다. 

당분간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8%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내년 한국의 가계저축률을 8.66%로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한국 가계의 소비성향이 장기침체로 내수부진을 겪던 일본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소비부양책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소비는 부정적인 것이고 저축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며 “비싼 것을 사면 소비세를 과하게 무는 징벌적 제도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고쳐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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