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가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의식한 듯한 소감을 전해 주목받고 있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주인공 김사부 역을 맡아 명품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가 31일 밤 SBS가 개최한 ‘2016 SAF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 트로피를 받았다.

이날 한석규는 "직업란에 제 직업을 쓸 때가 있는데 '연기자'라고 쓰곤 한다"며 "배우는 문화 종사자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자신의 직업을 설명했다.

이어 "이 다르다는 걸 불편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겠지만,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사회,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지적했다고 주목받고 있다.

한석규 수상소감 전문

신인시절 때 ‘하얀 도화지가 되어라’ 그런 말 많이 듣지 않나. 바탕이 하야면 자기 색깔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 해서 그런 말을 많이들 하는데, ‘검은 도화지가 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상상해봐라. 밤하늘에 별을 생각할 때 그 바탕은 어둠, 블랙이다. 그런 암흑이 없다면 별은 빛날 수 없다. 어쩌면 어둠과 빛, 그런 블랙과 스타는 한 몸이다, 란 생각을 해본다.

우리들을 큰 틀에서 문화계에서 일하는 문화종사자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쪽에 있는 우리들은 조금 엉뚱하고 다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다. 제가 2011년도에 ‘뿌리깊은 나무’로 대상을 받았었는데 그때 제가 맡았던 게 세종대왕역 이었다. 아마 그 분도 엉뚱하고 다른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소중한 한글이란 걸 창제하셨고, 그걸 우리가 소중하게 쓰고있지 않나 싶다. 다르다고 해서 그걸 불편함으로 받아들이면, 그 불편함은 우리들의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위험하다고 받아들이면, 그건 분명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고 같이 어우러진 좋은 개인, 한 사회, 국가가 될 수 없을 거다.

제가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한 가장 큰 계기였던 강은경 작가의 기획의도, 그걸 마지막으로 읽어드리고 수상소감을 마치고 싶다.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 시인 고은이 쓴 편지글에 있는 말이다.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어져가는, 그러나 실은 여전히 우리 모두 아련히 그리워하는 사람다운, 사람스러운 것들에 대한 향수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난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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