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서유럽 순방 ‘세일즈외교’ 집중조명 …6박8일간 서 유럽 세일즈 외교 마치고 귀국

▲ 서 유럽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ㅎ는 박근혜 대통령

[월드투데이 = 이상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박8일간의 서유럽 ‘세일즈외교’를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번 서유럽 순방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최초의 유럽 지역 양자 방문으로 임기 첫 해에 미국, 중국, 러시아, 동남아, 유럽 등 핵심 외교 권역에 대한 정상외교를 완성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그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펼쳐 온 세일즈외교의 지평을 유럽 권역까지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신흥국에서의 세일즈외교가 인프라와 자원에너지 등 정부 간 협력이 골자였던 데 반해 선진국인 유럽에서의 세일즈외교는 제3국 공동진출을 위한 민간기업의 활발한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데 포커스를 맞춘 점이 특징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선진국은 사실 정부 간에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의미가 덜하고 민간 기업들이 주로 경제협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서유럽 또는 선진국에 대한 세일즈 활동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국빈방문으로 영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에딘버러 공작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금융협력 성과 큰 쾌거 =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양국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금융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다. 특히 금융선진국인 영국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총 30억달러 규모, 11개의 협력 MOU가 체결됐다.
우선 양국 기업의 제3국 진출을 공동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 및 무역보험공사와 영국 수출금융청(UKEF) 간 MOU도 체결됐다.
수은은 UKEF와 향후 3년간 공적수출신용제도를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공동지원키로 했다. 또 제3국에서 영국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에 한국산 기자재 등이 조달될 경우 UKEF는 금융을 지원하고 한국 수출기업의 조달분에 대해서는 무보가 무역보험을 지원하게 됐다.
수은과 산업은행은 각각 영국 바클레이즈(Barclays), HSBC와의 MOU를 통해 우리 기업의 제3국 진출시 지원을 위한 업무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바클레이즈는 글로벌 투자금융 분야에 특화된 영국 3위의 민간 상업은행이며 HSBC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강점을 지닌 세계 4위의 대형은행이다.
이밖에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협력도 이뤄졌다. 우리나라 산은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는 1880억파운드 규모의 자금을 운용 중인 영국 벤처캐피탈협회(BVAC)와 3자간 MOU를, 2000억원 규모의 해외투자펀드를 조성 중인 NH농협캐피탈과 큐캐피탈은 유럽의 M&A 관련 4개 기관 및 코트라와 협력 MOU를 맺었다.
이는 영국의 벤처캐피탈이 우리나라의 벤처 회사에 투자하는 길을 열어주고 거꾸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국 벤처 회사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전(Palais de l'Elysee)에 정상회담을 위해 도착, 의장대의 사열속에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 프랑스 보험 지원 강화 = 프랑스에서도 우리 기업 단독 또는 프랑스 기업과 공동으로 제3국 진출시 금융 및 보험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MOU가 4건 체결됐다. 정부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프리카에서 프랑스가 비교우위를 가진 만큼 이 지역 진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은이 아프리카 지역 인프라 사업 지원에 강점을 가진 프랑스 개발금융기관(Proparco)과 체결한 공동 금융지원 MOU는 발전, 신재생에너지, 철도, 수처리 등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신흥시장 개척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무역보험공사는 세계3대 출신용기관인 프랑스 수출보험공사(COFACE)와도 MOU를 체결, 제3국 수출·투자에 대한 공동보증지원 확대와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교류 등을 약속했다.
이에 더해 수은은 석유·가스·정유·석유화학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프랑스 토털(TOTAL)사와 금융협력 MOU를 체결했다. 토털사가 한국기업과 가스시추설비 건설이나 기자재 공급 계약 등을 맺으면 수은이 금융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다.
특히 토털은 현재 총 사업비가 345억달러에 이르는 LNG 생산·수출 사업인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 20%의 지분을 갖고 참여 중이어서 이번 MOU 체결로 한국기업의 관련분야 수주 확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원전·中企기술등 창조산업 협력 = 유럽은 창조산업의 발상지이자 과학기술 분야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지역인 만큼 에너지와 중소기업 기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경제협력 성과물이 도출됐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 기후변화에너지부는 ‘포괄적 원전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국 및 영국이나 제3국에서의 원전사업에 대한 양국기업의 수주기회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매년 양국간 ‘원전산업 대화협의체’도 함께 운영하게 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전(Palais de l'Elysee)에 정상회담을 위해 도착, 의장대의 사열속에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이번 MOU로 2025년까지 1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인 영국 원전시장에 당장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형 원전의 수출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원자력시설 폐쇄 경험을 갖고 있는 영국과의 정보교류, 기술개발 등을 위한 '원자력시설 해체 관련 MOU'도 맺어졌다. 영국은 2023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16기의 원전 중 15기를 폐기할 계획이며 이미 몇 개 원전을 폐기한 경험도 있다. 원전 폐기 기술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협력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산업부와 프랑스 생산성재건부가 최초로 1대 1 펀딩방식(각각 10억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대상 공동 연구·개발사업을 시범 추진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선진국과의 국제공동연구는 대부분 한국이 100% 펀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1대 1 펀딩방식은 우리나라를 기술협력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벨기에 과학기술위원회 신설 = 벨기에와는 양국이 강점을 가진 화학, 의약, 물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을 중심으로 창조경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간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고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신설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불리는 유럽의 강소(强小)기업과의 기술협력 강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유럽의 첨단기술 연구혁신기구인 EU유레카 사이에 체결된 MOU를 통해 비유럽권 국가로는 최초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EU의 강소기업과의 기술협력을 위한 '유로스타2'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의 EU시장 진출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스타는 2008년에 시작된 EU의 중소기업 전용 국제 R&D 협력 프로그램이다. EU는 내년부터 지원규모를 1조9000억원 가량으로 대폭 확대해 유로스타2로 재출범시킬 예정인데 우리 측은 2020년까지 연평균 50억원씩 총 35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 벨기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

그러난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을 계기로 5개 EU 기업이 총 3억7000만 달러 규모의 대(對) 한국 투자를 약속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매출액이 124억 유로에 달하는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SOLVAY)사는 지난 2011년 이화여대에 특수화학 글로벌 본부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새로운 화학제품 제조공장을 새만금에 건립키로 했다.
세계 1위 화학업체인 독일의 바스프(BASF)도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전자화학 및 소재 R&D 센터를 수원의 성균관대 캠퍼스에 설치키로 결정했다.
또 세계 9위의 종합석유화학업체인 이탈리아 베르살리스(Versalis)사는 롯데케미칼과 전남 여수에 합성고무 제조·판매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키로 하고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프랑스 국영기업 LFB는 우리나라 신풍제약과 공동으로 충북 오송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독일 지멘스는 2011년 3월 '에너지솔루션 분야 아·태 및 중동지역 본부'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른 520명의 고용 및 투자계획을 확약했다.
◇교역·투자 확대 위해 인전교류 활성화 = 우리나라와 프랑스는 기업인 간의 교류협력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사증(비자) 절차 간소화를 추진키로 했다. 양국 간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하려는 사람들이 안정된 신분을 조속히 취득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 영접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2014년 '기업인 및 취업인턴 상호진출지원 협정' 타결을 목표로 하고 협정체결 전이라도 신속한 비자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공동 발표했다. 협정은 입국 비자의 구비서류를 간소화하고 기존에 3개월 가량 걸리던 비자 처리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한편, 청년 취업인턴 교류 확대를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영국과는 정부 및 경제인간 경제·통상분야의 전략적 협력강화를 위해 ‘한·영 글로벌 CEO 포럼’과 ‘정부간 경제통상공동위(JETCO)’를 신설했다. 이 역시 2020년 교역·투자 규모를 지금의 2배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적교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양국은 18개월마다 교차로 두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분야의 경우 금융기관간 상호진출과 제3국 공동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해 '한·영 민관합동 금융협력위' 설치와 '금융당국간 고위급 회담'의 정례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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