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관련 정의, 통계 부족

65세 이상 독거노인 뿐 아니라 청년층·중장년층 고독사 증가

40·50대 은둔형 취약계층, 복지 사각지대 놓이기 쉬워

나홀로족 20·30대 위한 사회적 관심 필요

20일 오후 7시 45분께 전북 전주시 전북동의 한 고시텔에서 교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던 김모(30)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에는 ‘엄마, 미안해’라는 내용의 미처 보내지 못한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1주일 전 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주 북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당첨이 되지 않은 로또 복권 수 천 장과 함께A(54) 씨의 시신이 백골화가 진행된 채 발견됐다.

친형과 마지막 통화가 같은 해 4월인 점을 미뤄 해당 시신은 최장 8개월 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고독사는 사망원인에 상관없이 임종 당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시신이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의미하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이 거론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정의가 사회적·법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고 관련 공식 통계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고독사를 생각하면 독거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고독사의 절반이 40·50대로 집계됐으며 청년실업으로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20·30대의 고독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520만3440가구로 2010년 414만2165가구에 비해 증가했다. 가족 해체로 인해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고독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사망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82명이던 무연고자 사망자가 2015년 1천245명으로 2배가량 크게 늘었다. 이 통계를 통해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실제 고독사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천 245명의 무연고자 사망자 중 40·50대 무연고 사망자가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전체 중 40~49세가 13.7%(172명), 50~59세가 29.5%(368명)으로 65세 이상 31.0%(385명) 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도 40명(4.1%)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주는 단체에서는 40·50대 무연고자 사망이 많은 이유를 경제력 부족과 가족 해체로 인한 고립으로 봤다.

40·50대의 경우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시기로 여겨지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을 제대로 꾸리지 못해 가족들과 단절되고 혼자 살면서 사회와 고립돼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20·30대의 경우 취업난과 생활고로 인해 고시텔 등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관계에 대한 권태기로 모든 것을 혼자 하는 나홀로족이 크게 늘어난 것이 고독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에서는 지자체 뿐 아니라 주민들이 고독사 예방에 나섰다.

일본 마츠도시의 도키와라단지는 매년 20여 명이 고독사를 해 일본의 고독사 평균 발생 건수보다 높은 지역이었으나 최근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주민들은 고독사 예방센터를 만들어 우편물과 빨래가 오랜 시간 방치되거나, 전등이 꺼지거나 켜질 시간에 그렇지 않은 집을 주의 깊게 관찰해 고독사를 예방했다.

사진=KBS파노라마 캡처

프랑스에서는 10대 후반~30세의 젊은 층과 독거노인은 연계해 동거를 하는 ‘코로카시옹’ 시스템이 운영해 독거노인과 젊은 층의 고독사를 한 번에 해결했다.

현재 파리에는 코로카시옹을 연결하는 센터가 3곳이 있으며 300쌍 이상의 노인과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하는 등 코로카시옹이 새로운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저렴한 방세를 지불하거나 방세를 지불하지 않고 가사 일을 돕고, 노인들은 남는 방을 제공하는 대신 말동무가 생기게 되며 청년층과 노년층 모두에게 이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에서는 이웃끼리 서로 마주볼 수 있도록 설계된 공동 주택 제도가 있어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해당 주택에 거주자는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등 생활 수칙을 지켜야 하며 비상연락망이 마련돼 있어 위급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에서 독거노인을 위해 거주지에 동작감지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링하고 응급호출기를 설치해 위급상황을 대비하는 등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시스템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고독사의 대책이 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은둔형 취약계층인 40·50대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부산 사상구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조사한 결과 33%에 해당하는 399가구가 40·50대 장년층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40·50대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 마련과 함께 관태기를 겪는 20·30대 나홀로족을 위한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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