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 일대에서 수백 명 규모 기업형 조직을 운영했던 전설적 소매치기범이 포함된 70대 노인 2인조가 경찰에 잡혔다.

 

류씨와 김씨가 A씨를 상대로 범행중인 영상. 사진=성북경찰서

21일 서울 성북 경찰서는 지난 1월 성북구 정릉을 지나던 한 시내버스 안에서 50대 여성의 지갑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류모(73) 씨와 김모(78)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1월 20일 낮 12시 30분께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려고 뒷문에 선 A(51·여)씨 곁으로 다가가 다른 승객이 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가린 순갈 류씨가 재빨리 A씨의 가방 안에 든 장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는 현금 50여만 원이 들어있었다.

이들은 70대 노인들이었지만 수법만큼은 소매치기를 전문적으로 검거해온 경찰도 혀를 내두를 만큼 '전광석화' 같았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가 아닌 충전식 선불 교통카드로 버스를 이용했다. 카드도 2~3일에 한 번씩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서로 바꾸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범행 장소를 지나는 모든 버스회사를 상대로 교통카드 단말기 기록을 확인해 100여 일 만에 둘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각각 전과 11범과 16범의 소매치기 전문 전과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류씨는 1980년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기업형 소매치기 범죄 집단의 총책으로 확인됐다.

B씨는 1980년대 소매치기계의 '범털'로 유명한 A씨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먼저 동업을 제안했다. 이들은 그날부터 함께 다니며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경마 도박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2인조 소매치기단’은 혼잡하고 사람이 많이 보이는 시장, 버스 등을 배회하며 가방을 멘 사람들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두 사람 모두 70대로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 수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매치기 사범들은 주로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 축제 장소 등에서 어깨나 등에 멘 가방을 노린다. 해당 장소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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