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허식 vs. 당연한 예의
결혼 성수기인 5월이 되면서 예비신랑신부들이 청첩장 모임 딜레마에 빠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문화가 ‘예비부부가 쏘는 날’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이들은 ‘청첩장 모임’에 평균 116만 원을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첩장 모임’은 결혼 전 예비부부가 지인들에게 직접 청첩장을 전하며 결혼을 알리고, 식사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은 가연웨딩 회원 340명(남 189명, 여 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 전 청첩장 모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8%(10명 중 7명)는 “‘청첩장 모임’을 갖고, 지인에게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청첩장 모임을 가질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는 32%이다. 그 이유로 ‘비용 부담’(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허례허식이기 때문에’(30%),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22%), ‘결혼 후 답례품으로도 성의를 보일 예정이라서’(10%)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청첩장 모임’을 가질 계획이 있는 예비부부 역시, 지출 비용에 대한 고민은 같았다.
“청첩장 모임에 대한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72%가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들이 계획한 청첩장 모임 평균 지출 비용은 116만 원 이었다.
‘청첩장 모임’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당연히 사야지”라는 쪽과 “꼭 그래야 하냐” 쪽으로 나뉜다.
지난해 결혼한 한 주부는 “‘축하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연하다는 듯이 ‘뭐 사줄 거냐’, ‘비싼 거 사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호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전 모(30) 씨는 “청첩장을 준다기에 당연히 (신부가) 밥을 사는 줄로 알았는데 갑자기 ‘더치페이’를 하자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유 모(28) 씨는 “사적인 행사(결혼)에 시간을 내어 참석해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인 만큼 마땅히 예의를 차리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몰 웨딩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청첩장 모임'을 계획하는 이유는 예의와 격식을 중요시하는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결혼정보업체 가연 측은 분석했다.
'청첩장 모임' 시 계획하는 인원수는 '40~50명'이 42%로 가장 많았고, '20~30명'(31%), '60~70명'(16%), '80명 이상'(11%) 순이었다.
장소는 '호프집'(36%)이 1위로 꼽혔고, '고깃집'(29%), '패밀리레스토랑'(20%), '일식집'(7%), '한정식'(3%) 순으로 조사됐다.
가연 관계자는 "결혼은 인륜지대사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격식과 예의를 다하는 것이 도리라는 인식이 강해 '청첩장 모임'을 계획하는 예비신랑 신부들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 탓에 종이 청첩장은 정식 전달용으로 사용되고 모바일 청첩장은 결혼 1~2주 전 재공지 용으로 사용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례허식을 최소화하고 능력껏 결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만큼, 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청첩장 모임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