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무속신앙에 빠진 지인의 말에 사로잡혀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 생후 6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불에 태워 야산에 버린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25일 상해치사, 사체손괴, 유기 혐의로 친모 A씨(3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제부 C씨(35)를 사체 유기 혐의 그리고 아이를 숨지게 한 지인 B씨(여)의 딸 D씨(30·여)를 상해치사 방조 혐의로 함께 각각 입건했다.
지인 B씨는 A씨의 아들이 숨진 이듬해인 2011년에 급성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아들의 친모 A씨는 과거 친언니의 중학교 은사였던 지인 B씨와 20여년 이상 친분관계를 유지했고 지인이 하는 말이면 곧이곧대로 행동에 옮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모였던 A씨는 2010년 2월 아들을 낳아 홀로 기르다가, 교사 출신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B씨에게서 "아기에게 액운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0년 8월 2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 있는 지인 B씨(2011년 사망)의 오피스텔에서 생후 6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상대로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 숨지게 했다.
갓난아기였던 아들은 지인 B씨가 액운을 쫓아야 한다며 저지른 무속행위 과정에서 20여 분 이상 불을 피운 기다란 향에 온몸을 학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뒤를 절대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B씨의 말대로 벽을 보고 선 채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귀를 막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A씨 가족은 B씨로부터 아기가 당했던 '향불' 무속 행위를 받은 적이 있었으며, 기도와 성지순례 등을 이유로 수시로 건넨 돈이 모두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들이 의식을 끝내고 A씨의 모유를 먹었으나 다음 날 새벽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생후 6개월 된 아들이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 숨지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시신을 차에 싣고 경북 경산에 있는 한 야산에 데려갔다.
A씨와 B씨는 A씨의 제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야산에 도착한 뒤 숨진 아들을 천에 싸매고 기름을 묻혀 불에 태운 다음 땅에 묻었다.
B씨는 과거 중학교에서 국사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 A씨의 친언니와 사제 관계로 만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교편생활을 떠나 광고업을 하다 제자인 A씨의 친언니를 통해 A씨와 친분을 맺었고 2003년 A씨의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무속 행위에 차츰 빠져들도록 꼬드긴 것으로 조사됐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는 말로 미신행위를 믿도록 설득한 것이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해 A씨의 친언니, 여동생, 여동생의 남편까지 A씨의 가족 모두가 B씨와 정신적 유대관계로 종속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A씨의 제부인 C씨는 B씨의 부름을 받고 차를 몰고 달려와 시신 유기를 함께 도왔고 B씨의 딸 D씨는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사망할 당시 같은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올해 1월 6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예비소집일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을 찾아달라는 교육청의 요청을 받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친모를 상대로 예비소집일에 나타나지 않은 아들의 소재를 물었으나 "2010년 8월 금정구에 살고 있는 B씨에게 맡긴 후에 아들이 없어졌다"라고만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아이를 낳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B씨의 뜻대로 아이를 맡긴 채 경북 경산에 있는 사찰에서 머물렀다. 범행 당일에는 '아이의 액운을 쫓아야 한다'는 B씨의 연락을 받고 부산에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경찰에서 "강간을 당해 낳은 아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대구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을 당시 친부가 보증인으로 확인한 사실을 밝혀내 관련자들을 전면 재수사했고, 미혼모 재단을 수사한 결과 상담 일지에 '지인 소개로 남자를 사귀어 임신했다'는 A씨의 진술 내용을 확보했다.
A씨는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다 지인 B씨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퇴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부는 A씨가 출산할 당시 병원을 한 차례 방문하고는 이후 연락이 끊고 지낸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 말까지 대구지역에서 보육교사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A 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보육교사 일을 그만둔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