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 모유수유중 안 먹는 음식 평균 4.9가지

연구진, 대부분 근거없는 속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들의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맵거나 찬 음식은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과학회지 최근호의 ‘산모 수유 중 음식 제한’ 논문에서 신손문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산모 145명을 대상으로 섭취를 제한하고 있는 음식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산모 전원이 1개 이상의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육아 엄마들 사이에서 매운 김치 대신 백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글이 과학적 사실처럼 나돌고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와 같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모들이 정보를 얻는 경로는 가족(51.7%), 친구(51.7%), 인터넷 등 미디어(47.6%), 산후조리원(44.1%) 등이 대다수였으며 의료전문가로부터 식생활 조언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산모 1인당 섭취 제한 중인 음식은 평균 4.9개였다. 섭취 제한 음식은 카페인이 90.3%로 가장 많았으며 매운 음식은 85.5%가, 날음식은 75.2%가 제한했다. 차가운 음식(69%), 식혜(69%), 고지방 음식(31.7%) 등을 제한하는 산모도 많았다.

연구진은 “카페인의 경우 모유로 옮겨지는 양이 극히 적어 적당한 커피 섭취는 문제가 없고, 매운 음식 역시 마늘 등이 모유의 맛을 변화시킬 수는 있으나 아이에게 해롭지는 않다”며 “식혜가 모유 양을 줄인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차가운 음식이 모유에 좋지 않다는 속설 역시 근거가 없으며, 물을 많이 마시거나 미역국을 먹는 등 모유 생산량이 많아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교수는 "모유 수유 때 산모들에게 가장 좋은 권고는 '목마르면 마셔라'(Drink to thirst)라는 지침"이라며 "목마를 때 마시는 것보다 25% 이상 더 많은 물을 마신 경우 오히려 모유 생산량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하루 3잔의 커피를 마신 산모가 모유를 수유해도 아이의 소변에서는 카페인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다만, 하루 커피 5잔(750㎖) 이상으로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아이에게 카페인 자극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커피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인터넷에서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에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모유 수유 자체에 부담을 갖게 돼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평상시 식생활 습관에 문제가 없었다면 모유 수유기에도 그 습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산모들 사이에서 ‘복숭아 또는 키위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날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이나 기생충 감염에 걸릴 수 있다’, ‘브로콜리는 복통과 가스를 유발할 수 있다’ 등의 금기사항이 나돌고 있으나 이는 산모에게 일부 해당할 수 있지만, 이런 위험이 아이에게까지 전달된다는 건 근거가 없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 모유 수유 시 피해야 할 음식과 관련된 속설이 있지만 이 같은 믿음이 오히려 모유 수유를 방해한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아시아인들이 차가운 음식을 피하는 것처럼 히스패닉 여성들의 경우 돼지고기와 고추, 토마토 등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모유 수유 시 식단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는 믿음은 불필요한 섭식 제한이나 모유 수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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