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과 두 번째 공식 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가 현재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를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한국시간)부터 27일까지 구글 자회사로 알파고를 개발한 ‘딥 마인드’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개최하는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에서 알파고와 커제가 맞붙게 된다. 우승상금은 약 17억 원이다.

커제 9단은 현재 세계 랭킹 1위이며, 최연소 세계 메이저 대회 3관왕을 거두는 등의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세계 최강자다.

알파고는 커제 9단과 23, 25, 27일 세 차례에 걸쳐 대결한다. 23일 오후 10시 30분(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커제 9단과 두 판을 치르고 그다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자 5명으로 구성된 팀과 한 번 맞붙는다. 27일 알파고는 다시 커제 9단과 대결한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는 5차례 대국을 벌였으나 이번에는 횟수를 3회로 줄였다.

대국 룰도 달라졌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 조건에서 싸웠다. 이번에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다. 조건으로만 보면 커제 9단이 이세돌 9단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AI 학계와 업계는 일제히 알파고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욱 진화한 알파고가 커제를 상대로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독일 강연에서 "인간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 2.0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는 이번 대국에 등장할 AI를 '알파고 2.0'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알파고는 16만여 건의 기보를 배우는 '지도학습'과 이를 기반으로 더 승률이 높은 수를 계산하는 '강화 학습'을 병행했다. 반면 알파고 2.0은 인간의 기보 없이 강화 학습만으로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 지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방식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3일 미국의 매체 와이어드는 “알파고는 전문적인 움직임을 분석하고 강화 학습을 본질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 기법인 ‘Go’를 실행해 학습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대국을 치른 이래로 알파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고 최근 몇 달 간도 계속 훈련을 받아왔다. 지난 1월 딥 마인드는 비밀리에 인터넷을 통해 알파고와 커제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대국을 실시했다. 알파고는 첫 50경기를 이겼고 51번째 경기는 인터넷 접속이 끊어져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전(대회 장소)에서는 알파고가 1년간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지 못한다. 알파고는 세계 최강의 기사인 커제와 맞붙으면서 자신의 새로운 일부를 드러낼 수도 있다”며 “커제와 이번 대결은 알파고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알파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최고 프로선수가 최소한 6점은 깔아야 하는 실력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