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온라인 커뮤니티

직장 내 성희롱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10명 중 2명 이상의 남성들이 성희롱 피해를 토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나 예방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3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은 22%로 집계됐다. 즉 거의 4명 중 1명꼴로 성희롱 피해를 본 것이다.

특히 근로자 1명이 6개월간 평균적으로 경험한 성희롱 횟수는 6.36회였는데 남성은 6.79회, 여성은 5.79회인 것으로 집계돼 남성이 여성보다 직접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고 있었다.

남성들 중에서도 특히 서비스업과 금융 및 보험 직종에서 피해자가 많다. 가장 높은 산업은 금융·보험업은 34.1%, 예술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33.3%, 숙박·음식점업은 30.8%의 순이었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여자 못지않게 남자도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며 "여자도 남자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남성 성희롱 피해자도 증가 추세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 진정 접수를 받은 초기에는 여성 피해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남성 피해자가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는 간부·임원(34.6%)이었고, 직속 상사(28.4%)도 많았다. 이어 선임 직원(14.8%), 원청 직원(9.0%), 고객(7.0%), 후임 직원(4.4%), 같은 직급 근로자(2.0%) 등 순이다.

주요 가해자의 성별을 보면 남성(남성 피해자 86.4%·여성 피해자 78.0%)이 대부분이었다.

남성 본인이 신고하기를 꺼릴 뿐 아니라 신고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신고하면 오히려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남성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는 남자이며 동성 간의 성희롱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동성 간 성희롱은 성희롱인지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성희롱에 대한 인식 수준도 현저히 낮다.

직장 관계자들로부터 자신의 사적인 관계 부분이나, 성적인 질문, 성적인 칭찬, 놀림 등을 받아도 남자라는 이유로 이를 토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쪼잔하다’, ‘샌님이다’, ‘남자 끼린데 뭐 어떠냐’라는 조롱 혹은 공격을 받거나 더 심할 경우 왕따가 될 게 두려워 선뜻 이를 신고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성적인 수치심을 당해도 신고하려고 하면 “남자가?”라는 의심, 눈총을 받는 경우 역시 허다해 남성 역시 성범죄의 피해자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행법상 성희롱 예방교육은 각 기업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에도 개인이 사내 고충처리 조직이나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게 일반적인 해결방법이다. 이마저도 사내 따돌림과 같은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들은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고정된 성 역할 때문에 남자는 성희롱을 당해도 여자보다 신고하기 어려워 남성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남녀 모두를 보호하는 성희롱 예방 정책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피해자와 남성 피해자, 목격자 모두에게 접근성이 높은 소통 창구를 설치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표준산업분류의 21개 대분류 중 15개 산업을 선별해 산업당 200명씩 총 3천 명(남자 57.8%·여자 42.2%)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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