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추진자 “공기 오염, 수명 단축, 주민화합 파괴”

주민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한 명의 소중한 인간”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달 해당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직접 주민들에게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대한 주민 동의서를 직접 받았다.

주민들이 에어컨 구입·설치 비용과 전기세를 내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에서 주민 동의서를 경비노동자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들은 그간 벽걸이 선풍기 하나로 폭염을 보냈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에어컨 설치를 찬성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된 이후 각 집에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전단이 전달됐다.

해당 전단은 “동대표회장과 동대표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치한다고 합니다”라며 “O단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다섯 가지의 이유도 들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추진자 일동은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갑니다’ ‘공기가 오염됩니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 단축됩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서 주민 화합이 되지 않고 직원과 주민화합 관계도 파괴됩니다’ ‘O단지보다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등 5개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에 ‘추진자 일동께 드리는 글’이란 반박글도 단지 현관에 게시됐다.

해당 단지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며 “단 한 번이라도 여러분께서 쓴 글이 경비아저씨들에게 그리고 글을 읽는 주민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생각해 보셨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비아저씨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다”라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 대 없었다는 것이 더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을 쓴 주민은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중랑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이 되시면 일요일마다 있는 분리수거 시간 잘 지켜서 하나하나 철저하게 하십시오”라며 반대 추진자들이 밝힌 이유를 반박했다.

또한 이 주민은 “여러분이 쓰신 이기적인 글을 읽고 자라 날 우리 동네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추진자 일동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오셔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면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안건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통과돼 설치가 결정됐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에어컨 설치 업체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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