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의예과 남학생 11명, 같은 과 여학생 성희롱

가해학생 일부 ‘징계 부당’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

 

사진=인하대 SNS

인하대학교 의예과 학생들이 같은 과 학우를 성희롱 한 사실이 확인돼 학교 측의 징계를 받은 가운데 이들이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9일 인하대 등에 따르면 인하대 의예과 15·16학번 남학생 11명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학교 인근 술집, 축제 주점 등지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들 중 15학번 남학생 3명은 16학번 남자 후배 3명에게 점심을 사주며 ‘스나마’를 골라보라는 질문을 했다.

‘스나마’란 ‘그나마 섹스하고 싶은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가해학생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6학번 후배가 한 여학생의 이름을 말하자 이들은 “걔는 얼굴이 별로니까 봉지 씌우고 하면 되겠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5학번 남학생 9명은 축제 주점에서 남학생 후배들을 불러 같은 질문을 하며 대답을 강요했고, 올 2월 의예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16학번 남학생이 17학번 신입생 후배에게 “16학번 여학생 중 하고 싶은 사람을 골라라”는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성희롱은 지난 3월 의예과 학생회 측의 조사로 학교에 알려졌고, 인하대 측은 지난달 학생 상벌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11명 중 5명에게 무기정학, 6명에게 유기정학 90일의 징계를 내렸다.

학생 상벌위원회가 열리기까지 4개월여의 시간동안 피해 여학생 10여명은 가해 남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 고통을 겪었다.

한편, 11명의 가해 학생 중 7명은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인천지법에 징계처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남학생만 모인 자리에서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이 술기운에 다들 아는 의예과 여학생들에 한정해 설문하듯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에 휩쓸려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것일 뿐 여학생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거나 평가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농담조로 언급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 여학생들은 학교 의예과 건물에 성희롱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붙였으며, 수일 내로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이 접수된 재판부에 가해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하 인하대 의예과 대자보 전문.

 

의대 남학우 9인의 성폭력을 고발합니다.

학교의 처벌 결정을 지지합니다.

‘스나마’를 아십니까? ‘스나마’는 ‘그나마 섹스하고 싶은 사람 말해봐’를 묻는 말로 현재 인하의대 15학번(본과 1학년) 남학우 8명과 16학번(예과 2학년) 모 남학우가 여자 동기들을 대상으로 한 말입니다.

“스나마라고 알아? 나는 OOO(같은 과 여학우 이름)이다. 너는 누구야?”

“걔는 비닐봉지 씌우면 먹을 수 있겠네”

“누구한테 박고 싶어?”

“걔는 지금 불러도 할 수 있을 걸”

“따먹고 싶은 사람 베스트 1,2,3 뽑아”

앞의 충격적인 말들은 인하대 의과대학 15학번 남학우 8인과 16학번 한 남학우가 남자 후배들을 불러 모아 한 것입니다.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런 음담패설이 오갔고 이후 인하대학교 성평등센터의 조사에 따라 의과대학 측은 이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학교를 대상으로 인천지법 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수억 대의 소송을 건 상태입니다.

특히 소송과 함께 이들이 신청한 징ㅂ행정지 가처분의 결정이 이번주 내로 내려질 예정입니다.

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피해자들은 가해자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의과대학의 과정 상 매일 같은 강의실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옆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피해 학생들은 그동안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 왔음은 물론이고 가해자들이 돌아오면 혹시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도록 학우 여러분들 및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