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편은 부여에 둥지를 튼 귀촌부부 사연이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는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서 오래된 집을 뜯고, 자르고, 나르고... 2년 째 직접 ‘집만’ 고치고 있는 조훈(52)-김수진(47) 부부의 ‘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 두 번째 이야기가 방송된다.

이번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편은 서울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했지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에 밀려 14년 동안 운영하던 카페를 닫고 부여에 둥지를 튼 귀촌부부 사연이 전파를 탄다.

9월 12일 ‘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편에서는 부여 귀촌부부의 2번째 이야기가 방송된다. 고양이들 이삿날. 안채 공사를 위해 고양이 식구들은 목욕재계를 하고 별채 생활을 시작한다. 며칠 뒤 반가운 손님의 방문. 남편 훈씨의 큰 누나가 부부의 집을 찾아왔다.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챙겨온 음식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시 시작된 공사,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던 수진 씨는 눈물을 보이는데...

# 시골에 살기 위해 남편은 1년 간 목공을 공부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는 부여, 그곳에 지은 지 60년이 넘은 오래된 집을 2년 째 직접 고쳐오고 있는 조훈(52)-김수진(47) 부부가 있다. 5년 전 귀촌을 결정하면서 부부는 “낡은 집을 사서 우리 손으로 고쳐 살자” 라는 목표를 세웠다. 시골에 살기 위해 남편은 1년 간 목공을 배우러 다녔고, 전기 관련 교육도 따로 받았다. 쌀 창고를 개조해 멋진 조명을 달고, 아내를 위한 위해 물에 젖지 않는 조리대를 만들어주는 능력자가 됐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하던 부부는 결혼 후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집을 열었다. 하지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에 밀려 14년간 운영하던 카페를 닫아야 했다. 육십이 넘으면 귀촌하자던 인생의 계획이 사십대로 앞당겨졌고, 두 사람은 고양이들과 살 집을 찾아 땅끝 마을까지 갔다. 해남에서 폐가나 다름없던 허름한 집을 고쳐 3년을 살았다. 남편은 양식장과 밭을 오가며 일했고, 손재주 좋은 아내는 뜨개질로 고깃값을 벌며 시골살이 이만하면 살만하다 했다. 그리고 작년, 그들만의 집을 찾아 해남에서 부여로 왔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집, 옛 주인은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이라고 했다. 낡은 대문을 열자 온통 갈색이던 나무, 흙마당이었을 콘크리트 바닥, 여기저기 널브러진 옛 짐들... 그런데도 부부는 그 집이 마냥 좋았다. 그렇게 오래된 집을 샀다.

# 수입 없는 생활, 가계부를 적을 때마다 한숨

부부와 함께 오래된 집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 리치, 수, 상실이. 사람 나이로 치자면 거의 백 살 노인이라는 고양이들은 치매 증상도 보인다. 결혼 22년차 부부에게 고양이는 자식이나 마찬가지, 아픈 걸 보면 짠하기만 한데... 삼복더위에 시원한 안채를 고양이들에게 내줬지만 이제 곧 별채에서 함께 지낼 거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오래된 집의 공사, 1년에 걸쳐 부엌이 가장 먼저 공사를 마쳤고, 복층으로 개조한 별채가 완성됐다. 그런 중에도 남편은 텃밭과 뜰을 가꿨다. 자급자족 의식주는 해결된 셈. 이제 남은 건, 본채- 가뜩이나 공사가 길어져 마음이 급한데 강원도로 귀촌한 훈 씨의 누나가 닭들까지 보내준다 하니, 닭장까지 만들어야 한다. 

오롯이 둘의 힘으로 뜯고, 부수고, 낡은 벽지를 벗겨내고 다시 칠하고... 지난한 그 과정들을 사진이 취미인 남편은 꼼꼼히 찍어나간다. 그러면 아내는 틈틈이 ‘오래된 집의 복원기’를 써내려 간다. 그렇게 만난 지인들은 응원처럼 나무와 꽃이나 일용할 양식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언제부턴가 부부도 웬만한 건 직접 한다. 머리는 서툴러도 ‘또 길잖아~’ 웃으며 집에서 깎고, 남편이 열심히 가꾼 덕에 텃밭 자급자족도 가능해졌다. 솜씨 좋은 아내는 가지밥을 만들고, 빵을 만들며 심지어 수세미도 직접 실로 짜서 쓴다. 그러나 1년 6개월 째 말 그대로 집만 고치는 부부, 들여다볼수록 욕심이 생겨 공사 기간은 점점 늘어났고, 공사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 수입 없는 생활, 가계부를 적을 때마다 한숨이 깊어지는데, 이미 서울의 집도, 차도 팔았다. 해결책은 오직 하나,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는 것이다. 

# 우리는 날마다 보물을 찾는다

물론 힘들다. 벽지나 뜯어내고 청소나 하면 되지 싶었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뜯어낼수록 눈길이 머물고, 공들여 옛 모습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부부는 문화재 발굴하듯 천천히 고쳐가기로 했다. 콘크리트에 덮여 있던 옛 대청마루, 천장 판자 속에 숨어있던 높은 천장과 가지런히 걸린 서까래, 온통 단팥죽 색에 가려졌던 한옥의 나뭇결, 화장실로 개조됐던 누마루의 근사한 풍경... 모두 부부가 1년 넘게 흘린 땀으로 되찾아낸 이 집의 모습이다.

아침이면 아내는 별채에서 나와 부엌으로, 텃밭으로 가고, 심고 가꾸는 걸 좋아하는 낭만파 남편은 밤새 내린 비에 뜰부터 살핀다. 비오는 날이면 낙숫물이 마음을 울렸고, 고실고실 마르는 빨래엔 햇볕 냄새가 났다. 나뭇잎을 찍어 만든 디딤돌을 딛고 정겨운 장독대를 지나면 먹고도 남을 자급자족 텃밭이 부부의 식탁을 채워주고- 상사화, 수국, 백일홍... 계절대로 피는 꽃들이 정원을 수놓는다. 날마다 선물 같은 하루, 이런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힘들고 느리게 고쳐가는 삶도 괜찮지 싶다.

# 오래된 집, 우리의 풍경을 걸다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에서 가을로 향해가고- 오래된 집의 공사도 조금씩 끝이 보인다. 지인들의 방문에도 이제야 걱정을 덜 끼치는 것 같은데... 단 한 사람, 수진 씨 엄마에겐 여전히 딸의 고생이 눈에 밟힌다. 그럴 때면 수진 씨의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 지는데... 고행 같은 공사에 지칠 때도 있지만 고마운 지인들은 해산물을 보내주는가 하면, 불쑥 점심을 싸들고 찾아와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오래된 집이 이어준 인연인 한옥 대목수는 재능기부 자문을 아끼지 않는다. 느리고 더딘 복원의 시간이 부부는 외롭지 않다.

부여로 이사 온 지 햇수로 2년... 이제 거의 완공이 보이는 오래된 집. 그동안 맨날 집에서 뭐하나 궁금해 하는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 뒤늦은 인사도 하고, 예초기를 들고 새벽같이 나가 길가의 웃자란 풀을 베며 부부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걱정이 크던 친정엄마도 제 모습을 드러낸 오래된 집 대청마루에 누워 딸과 사위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오래된 집에 그들만의 숨결을 불어넣는 조훈-김수진 씨 부부. 부부는 오늘도 느리지만 부지런히 두 사람의 풍경을 만들어간다.

부여 귀촌부부의 2년째 행복한 집짓기 ‘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가 소개되는 인간극장 2부는 12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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