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편은 세상의 속도와 반대로 가는 삶이라 하겠지만, 치열하게 자신의 터를 가꾸어가는 부부의 사연이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충남 부여에서 느리지만 날마다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조훈(52)·김수진(47) 부부이야기가 이어진다. 2년째 집고치기를 하고 있는 부부는 시골살이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힘들고 느리게 고쳐가는 삶도 괜찮지 싶다.

이번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편은 누군가는 사서 하는 고생, 세상의 속도와 반대로 가는 삶이라 하겠지만, 부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치열하게 자신의 터를 가꾸어가는 부부의 사연이 전파를 탄다.

9월 13일 방송되는 ‘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 세 번째 편에서는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는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서 오래된 집을 뜯고, 자르고, 나르고...2년 째 직접 ‘집만’ 고치고 있는 조훈(52)-김수진(47) 부부의 삶이 이어진다. 

귀촌하면 낡은 집을 고쳐 살자던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됐다. 물론 입에서 단내 나도록 힘이 든다. 그러나 처마를 흘러내리는 빗소리, 볕 좋은 날 고실고실 말라가는 빨래, 쉼 없이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부부는 고양이들과 살고 있다.

사실... 서울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했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에 밀려 14년 동안 운영하던 카페를 닫아야 했다. 귀촌의 뜻을 품고 있던 부부는 이때다 싶어 해남으로 향했고, 3년 동안의 해남 시골살이를 끝내고 그들만의 집을 찾아서 부여까지 오게 됐다.

낡은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부부는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주체 할 수 없었단다. 그렇게 부부의 느린 복원이 시작됐다.

공사기간은 길어지고 예산은 이미 초과한 지 오래다. 누군가는 사서 하는 고생, 세상의 속도와 반대로 가는 삶이라 하겠지만, 부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치열하게 자신의 터를 가꾸어가는 부부 땀에 절은 얼굴로도 바람 한점 지날 때마다 웃음이 난다.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부부, 빛바랜 오래된 집에 곳곳마다 부부의 숨결이 더해지고-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된 집에서 두 번째 가을을 맞는다.

■  지은 지 60년이 넘은 집

조훈(52)-김수진(47) 부부는 5년 전 귀촌을 결정하면서 부부는 “낡은 집을 사서 우리 손으로 고쳐 살자” 라는 목표를 세웠다. 시골에 살기 위해 남편은 1년 간 목공을 배우러 다녔고, 전기 관련 교육도 따로 받았다. 쌀 창고를 개조해 멋진 조명을 달고, 아내를 위한 위해 물에 젖지 않는 조리대를 만들어주는 능력자가 됐다.

육십이 넘으면 귀촌하자던 인생의 계획이 사십대로 앞당겨졌고, 두 사람은 고양이들과 살 집을 찾아 땅끝 마을까지 갔다. 해남에서 폐가나 다름없던 허름한 집을 고쳐 3년을 살았다. 남편은 양식장과 밭을 오가며 일했고, 손재주 좋은 아내는 뜨개질로 고깃값을 벌며 시골살이 이만하면 살만하다 했다. 그리고 작년, 그들만의 집을 찾아 해남에서 부여로 왔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집, 옛 주인은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이라고 했다. 낡은 대문을 열자 온통 갈색이던 나무, 흙마당이었을 콘크리트 바닥, 여기저기 널브러진 옛 짐들... 그런데도 부부는 그 집이 마냥 좋았다. 그렇게 오래된 집을 샀다.

■ 고양이들은 치매 증상도

부부와 함께 오래된 집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 리치, 수, 상실이. 사람 나이로 치자면 거의 백 살 노인이라는 고양이들은 치매 증상도 보인다. 결혼 22년차 부부에게 고양이는 자식이나 마찬가지, 아픈 걸 보면 짠하기만 한데... 삼복더위에 시원한 안채를 고양이들에게 내줬지만 이제 곧 별채에서 함께 지낼 거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오래된 집의 공사, 1년에 걸쳐 부엌이 가장 먼저 공사를 마쳤고, 복층으로 개조한 별채가 완성됐다. 그런 중에도 남편은 텃밭과 뜰을 가꿨다. 자급자족 의식주는 해결된 셈. 이제 남은 건, 본채- 가뜩이나 공사가 길어져 마음이 급한데 강원도로 귀촌한 훈 씨의 누나가 닭들까지 보내준다 하니, 닭장까지 만들어야 한다. 

오롯이 둘의 힘으로 뜯고, 부수고, 낡은 벽지를 벗겨내고 다시 칠하고... 지난한 그 과정들을 사진이 취미인 남편은 꼼꼼히 찍어나간다. 그러면 아내는 틈틈이 ‘오래된 집의 복원기’를 써내려 간다. 그렇게 만난 지인들은 응원처럼 나무와 꽃이나 일용할 양식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언제부턴가 부부도 웬만한 건 직접 한다. 머리는 서툴러도 ‘또 길잖아~’ 웃으며 집에서 깎고, 남편이 열심히 가꾼 덕에 텃밭 자급자족도 가능해졌다. 솜씨 좋은 아내는 가지밥을 만들고, 빵을 만들며 심지어 수세미도 직접 실로 짜서 쓴다. 그러나 1년 6개월 째 말 그대로 집만 고치는 부부, 들여다볼수록 욕심이 생겨 공사 기간은 점점 늘어났고, 공사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 수입 없는 생활, 가계부를 적을 때마다 한숨이 깊어지는데, 이미 서울의 집도, 차도 팔았다. 해결책은 오직 하나,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는 것이다. 

■ 느리고 더딘 복원의 시간

아침이면 아내는 별채에서 나와 부엌으로, 텃밭으로 가고, 심고 가꾸는 걸 좋아하는 낭만파 남편은 밤새 내린 비에 뜰부터 살핀다. 비오는 날이면 낙숫물이 마음을 울렸고, 고실고실 마르는 빨래엔 햇볕 냄새가 났다. 나뭇잎을 찍어 만든 디딤돌을 딛고 정겨운 장독대를 지나면 먹고도 남을 자급자족 텃밭이 부부의 식탁을 채워주고- 상사화, 수국, 백일홍... 계절대로 피는 꽃들이 정원을 수놓는다. 날마다 선물 같은 하루, 이런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힘들고 느리게 고쳐가는 삶도 괜찮지 싶다.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에서 가을로 향해가고- 오래된 집의 공사도 조금씩 끝이 보인다. 지인들의 방문에도 이제야 걱정을 덜 끼치는 것 같은데... 단 한 사람, 수진 씨 엄마에겐 여전히 딸의 고생이 눈에 밟힌다. 그럴 때면 수진 씨의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 지는데... 고행 같은 공사에 지칠 때도 있지만 고마운 지인들은 해산물을 보내주는가 하면, 불쑥 점심을 싸들고 찾아와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오래된 집이 이어준 인연인 한옥 대목수는 재능기부 자문을 아끼지 않는다. 느리고 더딘 복원의 시간이 부부는 외롭지 않다.

충남 부여에서 느리지만 날마다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귀촌부부의 이야기,  ‘인간극장-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 세 번째 이야기는 9월 13일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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