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절을 앞두고 벌초나 성묘를 하는 추모객들에게 말벌은 불청객이다.

추석을 맞아 벌초를 하거나 성묘를 할 때 잘못 건드려 공격을 받는 말벌이 사람의 머리나 얼굴을 집중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해 벌쏘임 사망자의 59%가 벌초작업을 하다가 쏘인 것으로 나타나 소방청이 추석을 앞두고 벌쏘임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이송한 벌 쏘임 환자는 2만3217명이며 이 중 산에서 발생한 환자는 5487명(23%)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벌 쏘임 사망자 17명 중 10명(59%)이 벌초작업을 하다가 벌에 쏘여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초작업을 할 때에는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과 땅벌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장수말벌은 독성이 꿀벌보다 수십배나 강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소방청은 당부했다.

한편,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장수말벌은 다리쪽을 집중공격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머리나 얼굴을 주로 공격하는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등과는 습성이 달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5~9월 경주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성향을 실험한 결과다.

말벌들의 공격성향은 서식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털보말벌과 등검은말벌은 나뭇가지 등 높은 곳에 벌집을 짓는 습성이 있다.

반면 장수말벌은 땅속이나 나무뿌리, 구덩이 속 등과 같이 아랫쪽에 있는 폐쇄적 공간을 이용해 집을 짓는다.

말벌이 흥분했을 때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공격하고 본다는 얘기다. 그동안 벌집을 건드렸을 때 대피요령 중 하나로 '자세를 낮추고 팔로 머리를 감싼다'로 소개됐던 것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장수말벌의 경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벌들을 털어내려고 다리로 쿵쿵 딛는 등 동작을 크게 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이번 실험에서도 사람의 다리 부위를 집중 공격하던 장수말벌도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몸 전체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벌집 주변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벌집을 중심으로 반경 20m 이상이면 대부분 벌들이 벌집으로 복귀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10m 이내는 효과가 반감돼 다수의 벌들이 따라온다.

또 야외 활동 시에는 밝은 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이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말벌은 '검은색>갈색>빨간색>노란색>초록색'순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적인 곰, 오소리, 담비의 털 색깔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벌초 시 벌 쏘임 사고에 대한 대비요령은 주변에 벌이 살고 있는지 주의해서 살펴보고, 관목이 우거져 있거나 풀이 너무 자라 살피기 어려울 때는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흙을 뿌려 날아오는 벌이 있는지 확인한다.

모자와 장갑, 긴 상·하의를 착용하고 말벌퇴치용 스프레이를 휴대한다.벌집을 건드렸을 때에는 엎드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 20~30m 이상 신속히 대피한다.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상비약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지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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