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334회는 ‘속에는 없는 맛, 껍질의 역습’으로 껍질을 재료로 하는 다양한 전통음식이 전파를 탄다.

‘한국인의 밥상’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밥상을 지켜온 고마운 식재료, 껍질이 주제로 등장한다.  진안 흑돼지 껍질묵·채무침·순대, 순창 다슬기 약탕, 약선농가 껍질 밥상, 정읍  한우 껍질, 순창 흑염소 껍질 밥상이 차례로 소개된다.

21일 오후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 334회는 ‘속에는 없는 맛, 껍질의 역습’으로 껍질을 재료로 하는 다양한 전통음식이 전파를 탄다.

주인공인 알맹이와 속살만큼 이목을 끌진 못했지만 늘 우리 밥상을 지켜온 고마운 식재료, 바로 껍질이다. 감싸고 있는 속만큼이나, 알고 보면 훌륭하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껍질! 속이 알차게 여무는 이 계절, 알맹이 못지않게 맛있고 영양까지 고루 갖춘 껍질의 역습이 시작된다.

■ 진안 흑돼지, 아낌없이 주는 너, 껍질까지 맛있다

멀리서 보면 쫑긋 세운 말의 귀와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마이산. 마이산으로 유명한 전북 진안은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러한 지리적, 자연적 환경은 돼지를 키우는데 안성맞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밥상 위에는 돼지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올랐다. 특히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흑돼지 껍질은 훌륭한 식재료가 되었다. 진안에서 30년 넘게 흑돼지를 키우는 임화숙 어머니. 오늘은 평소 친자매처럼 지내는 형님 김수영 어머니와 함께 흑돼지 껍질 요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실, 껍질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잡 내를 잡기 위해 소주와 된장, 생강 등을 넣고 끓여야 하고, 껍질이 식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따뜻할 때 요리를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임화숙어머니는 흑돼지 껍질의 맛을 포기할 수 없으시단다. 이 집에서는 늘 잔치 때마다 상에 오른다는 돼지껍질 묵, 진안지역에 인삼과 더덕을 사용하는 별미 흑돼지껍질채무침 또 순댓국집을 운영했던 친정에서 배운 노하우를 담아 만든 흑돼지껍질순대까지. 두 사람의 진한 정을 담은 흑돼지 껍질 밥상을 만나보자.

■ 순창 약선 농가의 껍질 밥상 “모든 영양소는 껍질에 있다”

물 좋고, 바람 좋아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고의 장맛을 자랑하는 고장 순창. 섬진강의 발원지로 예로부터 다슬기가 유명했다는 순창에는 특별한 다슬기 요리가 있다. 잘 삶아진 다슬기를 껍질째로 절구에 넣어 곱게 빻아 여러 번 걸러내 만드는 다슬기 약탕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껍질요리를 사랑하는 김태연 어머니가 자랑하고픈 순창의 향토 음식이다. 남편 김법정 아버님은 “모든 식재료의 영양분은 알맹이보다는 껍질에 들어있다.“ 말씀하신다. 때문에 농사짓는 채소들도 껍질을 먹기 위해 전혀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말린 수박껍질과 참외껍질을 활용한 장아찌는 꼬들꼬들한 식감을 자랑해 저절로 숟가락이 들게 하는 반찬이다. 또 부부와 막역한 사이인 동네 주민 이명숙 어머니가 녹두 껍질을 찰떡과 섞어 만든 녹두껍질 인절미까지 선보이니, 껍질이라 서러워 할 것 없는 훌륭한 만찬이 완성되었다. 투박하지만 건강한 맛을 자랑하는 껍질 밥상. 자연을 가득 담은 소중한 한 끼가 아닐 수 없다.

■ 정읍  한우껍질, 논밭에서 밀려난 한우, 밥상의 풍미로 돌아오다.

산보다 평야가 많아 예부터 농사짓기 좋은 고장으로 유명한 땅, 전북 정읍. 가을 들녘에 벼 익어가는 소리가 가득한 계절. 정읍에서 특별한 껍질 요리를 만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우’이다. 한우하면 정읍. 정읍하면 한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한우 껍질을 먹는다니. 작가도 놀랄 따름이다. 최근엔 거의 먹지 않는 한우껍질이지만 80년 초반까지만 해도 소 잡는 날에는 이곳 사람들이 꼭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한우 껍질은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요리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고 하는데. 토치를 사용하여 소의 털을 제거하고 생강 이파리와 뿌리를 통째로 넣어 여러 번 삶아 남아있는 잡냄새를 제거한다. 질기기로 유명한 한우 껍질을 삶을 때는 소주를 꼭 넣어야 껍질이 연해진다고 한다. 농사가 주를 이루던 시절엔 집집마다 소 한 두 마리는 키웠었다. 그러다가 기계화가 되면서 소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렇게 논밭에서 밀려난 소는 밥상의 풍미로 되살아났다. 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고장이다 보니 껍질 하나도 버리는 게 없었다. 돈으로 살수 없는 진한 삶이 만들어낸 한우 껍질 밥상.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밥상에 함께해보자.

■ 순창 흑염소 껍질 밥상, 알차고 꽉 찬 인생의 맛

영산으로 불리는 회문산 자락에 포근히 둘러싸인 전북 순창. 순창 토박이인 이규현, 신인숙  어머니 부부는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흑염소를 키우고 있다. 예로부터 산이 많기로 유명했던 순창은 흑염소를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졌다. 때문에 현재 전북에서 가장 많은 흑염소를 사육하는 고장이 되었다. 순창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이 마을은 예로부터 집집마다 흑염소 한두 마리는 키웠다는데.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흑염소,

그중에서도 껍질이 요긴한 찬거리로 쓰였다. 오랜 시간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아기를 다루듯이 깨끗이 씻어 염소를 손질하는 것이 염소 냄새 잡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꼬들꼬들한 염소 족발을 사용해 양념을 넣고 무쳐낸 흑염소 족발 무침, 흑염소 껍질을 삶아 굳혀 만든 흑염소 껍질 편육도 빠질 수 없는 별미이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흑염소 껍질 요리는 알차고 속이 꽉 차게 살아온 인생의 맛이다. 옹골지게 살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맛. 지리적, 문화적 특색을 가득 담은 순창의 흑염소 껍질 밥상을 만나보자.

진안 흑돼지 껍질묵·채무침·순대, 순창 다슬기 약탕, 약선농가 껍질 밥상, 정읍  한우 껍질, 순창 흑염소 껍질 밥상이 소개되는 ‘한국인의 밥상’은 21일 오후 7시 35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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