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 명화] 베스트 오퍼 - 2017년 9월 30일(토) 밤 10시 55분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도날드 서덜랜드, 필립 잭슨 주연의 영화 ‘베스트 오퍼’는 어느 뛰어난 경매사가 자신의 인생을 건 예술품을 맞닥뜨리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상황을 그린다.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인에게 뜨거운 연애 감정을 갖는다는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숙련된 연출에 힘입어 ‘베스트 오퍼’는 우아한 멜로드라마로 발전하는 데 성공한다.

제목 :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도날드 서덜랜드, 필립 잭슨
제작 : 2013년 / 이탈리아
방송길이 : 131분
나이등급: 15세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베스트 오퍼’ 줄거리:

'베스트 오퍼'는 경매 시장에 제시된 최고 금액을 이르는 단어다. <베스트 오퍼>는 어느 뛰어난 경매사가 자신의 인생을 건 예술품을 맞닥뜨리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상황을 그린다. 언제나 최고가로 예술품을 낙찰시키는 경매사이자 뛰어난 감식안을 갖춘 노인 버질(제프리 러쉬)은 타인과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린다. 언제나 장갑을 착용하며 습관적으로 손수건을 휴대한다. 자연히 사랑과도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오로지 여인의 초상화를 수집하는 취미만이 그를 만족시킨다. 간혹 자신이 진행할 경매에 오른 작품 중 가치가 높은 초상화는 삼류 화가 친구 빌리(도날드 서덜랜드)와 짜고 사기를 쳐서 구입하곤 한다.

어느 날, 버질은 오래된 빌라 이벳슨 가에 은둔 중인 묘령의 여인 클레어(실비아 획스)로부터 이벳슨 가의 모든 가구와 미술품을 감정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버질은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로만 교류하려는 클레어를 신뢰하지 않아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클레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광장공포증으로 공개된 장소에 나가지 못하는 클레어에 대한 개인적 궁금증도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다. 우연히 클레어를 목격하게 된 버질은 사랑에 빠지고, 서툴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클레어에게 다가간다. 젊고 센스 있는 기계공 로버트(짐 스터게스)가 그의 연애를 돕는다.

EBS 세계의 명화 ‘베스트 오퍼’ 주제:

자주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영화의 주제로 삼았던 이탈리아의 거장, 주세페 토르나토레답게 <베스트 오퍼>도 뛰어난 예술 감식안을 가진 자가 첫사랑에 눈떠 설레고 좌절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날카로운 식견의 공산주의자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그간 정치적인 소재에 안온한 포장을 둘러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베스트 오퍼>가 직접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결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예술품은 언제나 진품, 아니면 가품으로 분류된다. 진품인 동시에 가품인 것은 없다.

버질은 냉정한 감식안으로 작품의 진위를 가린다. 빌리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이지만 동시에 예술가로선 실패한 화가일 뿐이다. 빌리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버질에게서 버림받을 것을 염려하고, 로버트는 버질의 부탁을 들어주는 자신의 진심이 의심받은 것을 불쾌해한다. 버질의 패착은 예술품처럼 인간의 마음은 진실과 거짓으로 냉엄히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닫지 못한 데에 있다. 유난한 결벽 탓에 한번도 감정에 자신을 던져본 적이 없는 노인이 사랑에 풍덩 빠지게 된 것은 그래서 더욱 로맨틱한 동시에 불안하다.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인에게 뜨거운 연애 감정을 갖는다는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숙련된 연출에 힘입어 <베스트 오퍼>는 묵직하고 우아한 멜로드라마로 발전하는 데 성공한다.

EBS 세계의 명화 ‘베스트 오퍼’ 감상포인트:

영화가 멜로드라마로 본격적인 탈바꿈을 하기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고급스러운 버질의 예술적 취향을 함께 즐겨볼만하다. 익히 알고 있는 회화와 건축, 문화 유산들이 장면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곁눈질하는 재미도 있다. 버질이 주변인들과 나누는 예술에 관한 대화도 흥미로운데 특히 버질이 빌리와 나누는 진품과 위조품의 가치에 관한 대화, 기계공 로버트로부터 듣는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엔지니어 자크 보캉송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버질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존재가 로버트가 재조립한 오토마타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벳슨 가에서 하나씩 모은 기계 부품으로 오토마타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따라 영화를 보는 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영화가 내미는 단서들을 머릿속에서 엮어보게 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섬세하고 풍성한 음악도 당당히 제 몫을 한다. 무엇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두뇌 싸움에서 패자가 없도록 영화가 설계된 점이 대단히 우아하다. 때늦은 첫사랑의 대가로 버질은 많은 것을 잃지만 그의 삶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 ‘베스트 오퍼’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으로 꼽힌다. 1956년 시칠리아 섬의 마을 바게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평범한 소시민의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부유한 자들에게 착취를 당하다 못해 공산주의자로 돌변했다. 노동조합 간부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는 주세페 토르나토레에게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찍부터 연기와 연출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사 <RAI>를 통해 다큐멘터리 작가 겸 감독으로 데뷔했고 TV용 단편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경력을 쌓았다. 마피아를 소재로 삼은 <프로페서>(1985)로 장편 극영화 연출 데뷔를 했지만 그의 이름을 만방에 알린 작품은 역시 <시네마천국>(1988)이다. 이탈리아 고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1990년대 초엔 '필립 모리스 시네마 프로젝트'의 창단 멤버로 이탈리아 고전 영화 복원에 힘쓴 바도 있다.

<시네마천국>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가족영화를 만드는 감독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는 강경한 공산주의자다. 마피아를 척결하려던 판사가 살해된 사건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삶의 아이러니를 고풍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것이 그의 특기다. 순진한 그의 주인공은 언제나 엄혹한 현실에 상처입고, 성장한다.

<스타 메이커>(1995)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패전국이 된 이탈리아의 우울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은 마을에 할리우드 캐스팅디렉터를 자처하는 사기꾼이 들어와 연출해내는 해프닝을 그린다. 모니카 벨루치의 숨막히는 미모로 잘 알려진 작품 <말레나>(2000)는 이탈리아 지중해 인근의 마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과 폭력적인 성욕을 슬프고 우아한 터치로 담은 영화다. 실제 자신의 아버지의 생을 모티프로 삼아 할아버지, 아버지, 소년에 이르는 3세대 남자들의 삶을 그린 <바리아>(2009) 또한 대단히 정치적이지만 따스하고 향수 어린 작품이었다. 바로 지난해까지도 성실하고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현재 그와 숱하게 작업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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