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가즈오 이시구로(63)는 “대단한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시구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그의 저서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국내에 번역된 이시구로의 저서 판매량은 수상 발표 직후인 5일 오후 8시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이시구로의 국내 번역 작품의 직전 1개월간 총 판매량이 17권 가량이었던 데 반해, 수상 발표 직후부터 6일 오전 10시 30분까지 판매량은 885권으로 집계됐다. 단 15시간 30분만에 직전 1개월간의 총 판매량의 12.3배에 달한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가즈오 이시구로(63)는 “대단한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시구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은 내가 앞서 살았던 대단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대단한 영광이자 훌륭한 표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불확실한 순간에 있는 우리 세계에 노벨상이 긍정적인 어떤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내가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부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매우 감동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벨위원회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수상 사실이)거짓인지도 모른다"면서 얼떨떨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시구로의 소설에는 위대한 정서적인 힘이 있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시구로를 선정했다.

사라 다니우스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에 대해 "제인 오스틴의 유머 감각과 프란츠 카프카를 섞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대단히 성실한 작가"라며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우주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1954년 11월8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1960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1982년 전업작가로 발표한 첫 번째 작품 '창백한 언덕풍경(A Pale View of Hills)'과 1986년 발표한 후속작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로 이시구로는 전후 시대의 일본을 조명하면서 기억과, 시간, 망상 등의 주제를 다뤘다.

1989년에는 같은 해 발표한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로 이시구로는 맨부커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인기 영화배우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9년에는 같은 해 발표한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로 이시구로는 맨부커상을 받았다. 민음사에서 펴낸 번역본.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순문학을 꾸준히 써온 꾸준함에 대한 존경인 동시에 대중적인 호흡을 놓지 않은 작가에 대한 경의로 읽힌다.

이시구로는 올해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상 후보로 거명돼온 세계적인 작가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받았다.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현대 영미권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이시구로는 무엇보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인칭 화자의 시선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한편에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본다.

주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세밀한 감정을 포착하고 인간의 고독한 정서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능청스럽게 그려내기도 한다.

1989년 그에게 부커상을 안긴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s)에 이러한 특징이 녹아 있다.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한 남자 스티븐스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했다.

이시구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프루스트처럼 기억과 회상을 중요하게 사용한다. 2005년 출간된 문제작 '절대 날 떠나지 마'(Never Let Me Go)에 잘 녹아 있다.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가 주인공이다. 그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돼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렸다.

이처럼 이시구로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인물들이 나온다.
 
비교적 근래작인 소설집 '녹턴(Nocturnes)'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하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음악과 함께 그려냈다

'절대 날 떠나지 마' 이후 10년 만인 2015년 펴낸 장편 '침묵의 거인'은 이시구로의 특징이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이다.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기억, 회상, 상실, 그것에 대한 극복 의지 등이 모두 녹아 있다.

프랑스의 대세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가 자신의 대표작 '오르부아르'에 이시구로에 대해 언급하는 등 다른 작가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시구로가 더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대중적인 글쓰기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아 있는 나날'이 1993년 안소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절대 날 떠나지마'가 2010년 마크 로마넥이 감독하고 캐리 멀리건·앤드류 가필드·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동명 영화로 옮겨진 것에서 보듯 이미 그의 글쓰기에는 영화적 상상력이 배어 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대본, 심지어 재즈가수 음반의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리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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