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은 선배들의 바다에서 물질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는 정민 씨가 오늘도 바다에서 푸른 빛 꿈을 꾸는 이야기를 담은 ‘아내는 바다로 출근한다’가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바다로 출근하는 33세의 막내해녀 우정민 씨의 두번째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번주 KBS 1TV ‘인간극장’은 선배들의 바다에서 물질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는 정민 씨가 오늘도 바다에서 푸른 빛 꿈을 꾸는 이야기를 담은 ‘아내는 바다로 출근한다’가 전파를 탄다.

10월 17일 방송되는 ‘인간극장-아내는 바다로 출근한다’ 2부에서는 수영을 못하던 정민 씨가 배에 오른 지 1년. 꿈도 꿔보지 못한 해녀가 된 건 남편 김동영(33) 씨 덕이었다.

동영 씨의 권유로 해녀학교를 수료했다. 아직 어리바리한 막내인지라 작업량 꼴등인 날이 더 많지만, 문어 한 마리만 잡으면 뿌듯하다. 해녀 가족의 인기 반찬이다.

문어를 좋아하는 동영 씨가 솜씨 좋게 삶아내면 삼남매가 맛있게 먹어준다. 엄마는 보람찬 가슴을 안고 또 바다로 나가는데- 유난히 고된 작업에 날이 벌써 저물었다! 혹여 아이들이 기다릴까... 정민 씨, 엄마가 달린다!

# 수영도 못하는 그녀, 해녀가 되다

“어릴 때부터 고래 옆에서 수영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7년 전, 거제도에서 신혼살림을 차리던 차에 첫째를 낳은 우정민(33) 씨. 연달아 둘째, 셋째를 낳고 육아를 하며 나날이 지쳐갔다.

그녀에게 해녀아카데미 모집 공고를 추천한 건 남편 김동영(33) 씨였다.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 그러나 막상 수영을 못해서 곤욕을 치렀지만 당당히 졸업했다.

아이 엄마인 게 불리할까, ‘아이 맡길 곳 있어요!’ 거짓말까지 하며 해녀 배에 올랐다. 올해로 1년 차! 당찬 정민 씨는 막내 해녀다

40여년의 관록에 빛나는 현역 해녀들 옆에서 막내 해녀 정민 씨가 분주하다. 커피를 타는 건 기본, 자잘한 일은 모두 그녀의 몫이다.

넘치는 의욕에 물질 준비도 누구보다 부지런하지만 아직은 어리바리한 정민 씨. 물살에 휩쓸릴 때면 ‘이모! 이모!’ 참 애타게 부른다.

하지만 서툰 막내도 제 몫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공동 작업을 할 때면 쉼 없이 잠수하는 정민 씨, 폐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이다. 그래서일까 서툰 막내가 귀찮을 만도 한데, 그저 예쁘기만 한 해녀 이모들. 해산물 잡는 요령, 바닷바람 구분법, 시기에 맞는 수영법까지...막내에게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한다!

허투루 듣지 않더니, 요새는 문어도 곧잘 잡고 바다를 훑는 눈빛도 제법 날카로워졌는데-
“올가을만 지나면 정민이는 대상군이야!”

# "내 이름은 엄마야, 워킹맘"

물질을 마치고 선창에 올라온 즉시 내달리는 정민 씨! 젖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엄마를 보자, ‘빨리 온다면서 왜 이제 왔어!’ 입이 댓 발 나온 삼남매 김도헌(7), 김래원(5), 막내딸 김나루(4)가 달려든다.

누구 한 명은 울어 젖히고, 잠시 한눈팔면 집 밖으로 도망가니. 한창 손길이 가는 나이라서 은행 일과 교육비 납입은 줄줄이 밀려있다.

정민 씨가 일을 시작한 뒤로 세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제일 늦게 하원한다. 밥상머리에서 딱지치고 방방 뛰며 활기가 넘치는 아이들, 물질하고 온 엄마는 쉴 틈이 없다. 퇴근한 아빠가 온몸으로 놀아주고 나서야 만족한 듯 잠든다.

다시 바다로 간 정민 씨, 온종일 허탕을 치다가도 문어 한 마리만 잡으면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이라도 한 듯 기쁘다. 해녀의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찬거리는 바로 문어!

초장까지 찍어 맛있게 먹어주는 삼남매. 내일이면 ‘우리 엄마가 문어를 잡아 왔다’고 어린이집에 소문이 날 터다. 물과 뭍을 오가며 힘은 들지만, 아이들 덕에 정민 씨는 참 흐뭇하다.

# 여보, 일 끝나면 꼭 전화해-

불같이 사랑하고 싸운 7년, 꽃다운 스무 살에 만났던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결혼 7년 차, 세 아이도 낳았는데 서로 ‘미녀해녀’, ‘멋진 남자’라는 별명을 불러준다. 그리고 아침마다 쪽 소리 나는 뽀뽀를 주고받으며 동영 씨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9년 전,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발걸음이 무거웠다. 혈기 넘치던 청년은 화기에 노출된 일터 앞에서 조심스러워져야 했다.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장으로서 생계 부담이 더욱 커졌다.

그의 곁에 있으며 남편의 속내를 모를 리 없던 정민 씨. ‘서로 의지하며 사는 거지’, 어깨의 짐을 나누었다.

큰비가 내리면 조선소에 있는 남편이, 바람이 거세면 해녀 아내가 위험하다. 저녁 6시 퇴근 시간, 노을 아래 부부가 전화기를 붙든다.오늘도 서로가 무사한지 꼭 확인해야만 한다. 애틋해질수록 오히려 바다로 나가는 의지가 뚜렷해지는 부부.

# 나의 바다, 나의 숨

해녀 이모들이 훤히 내다보는 바닷길은 아직 정민 씨가 모르는 곳. 당장 어느 위치에 뛰어들어야 할지도 몰라 허둥거리는 막내는 이끌어주는 해녀 이모들 곁에서 1년째 바다를 배우는 중이다.

이른 아침마다 엄마의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세 아이. ‘엄마 빨리 돌아올게’를 주문 외우듯 말하고 출근하는 엄마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넓은 바다에서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해녀 이모들-

남의 집에 자식을 맡기고 울며 출근했던 ‘선배 워킹맘’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들이 가르쳐주는 건 ‘욕심을 버리는 법’ 선배들의 바다에서 물질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는 정민 씨. 그녀는 오늘도 바다에서 푸른 빛 꿈을 꾼다.

‘나는 아직 철없는 어른’이라는 정민 씨, 선배들이 버텨온 바다에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드넓은 바다에서 어른되는 법을 배우는 거제도 막내해녀 정민 씨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간극장-아내는 바다로 출근한다’ 2부는 10월 17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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