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집 옥상에서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뇌종양의 절망적인 상황도 노래를 부르면 가슴속까지 후련해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뮤지컬 배우를 꿈꿔온 홍정한(28) 씨와 치매 할머니의 사연을 전하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방송된다.

이번주 KBS 1TV ‘인간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집 옥상에서 노래하는 것이,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자신의 처지를 잠시 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전파를 탄다.

11월 17일에는 ‘인간극장-할머니 사랑합니다’ 5부가 방송된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큰아버지를 붙잡는 할머니 때문에 큰아버지의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정한 씨는 그런 할머니의 기분이 풀어지도록 함께 바다로 향한다. 며칠 후, 구제 시장을 찾아 할머니 옷을 잔뜩 산 정한 씨가 할머니와 패션쇼를 벌인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정한 씨. 아직은 살아있기에 끝까지 말한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 청년은 뇌종양, 할머니는 치매 ‘기구한 운명’

정한 씨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군복무 시절 처음 들었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st, ‘지금 이 순간’이 정한 씨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절망적인 상황도 노래를 부르면 가슴속까지 후련해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제대 후에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3년간 뮤지컬 무대에도 도전했다. 밤낮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했지만 이상하게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 원인이 이미 뇌에 번져가는 종양으로 인해 발음이 어눌해지고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혀가 저려왔다는 것을 안 것은 쓰러지고 난 뒤였다.

늘 밝은 미소를 지우지 않는 홍정한(28) 씨. 정한 씨의 어머니는 그가 10살이 되던 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년 뒤, 술에 의지해 살던 아버지마저 급성 간경화로 돌아가시자 친척들은 홀로 남은 정한 씨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6남매를 키웠던 억척스러운 그의 할머니 채순연(88) 씨가 어린 손자를 보낼 수 없다며 끌어안았다. 할머니는 부모 없이 자라는 손자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노심초사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할머니와 손자의 사이는 그만큼 더 애틋했다. 정한 씨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봄, 행복하던 할머니와 정한 씨를 시기라도 하듯 두 사람에게 아득한 시련이 닥쳐왔다. 노래 연습을 위해 서울로 가던 정한 씨가 갑자기 버스 안에서 경련과 함께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

병원에서 눈을 뜬 정한 씨는 뇌종양(뇌암) 3등급 판정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시련은 정한 씨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꿔놓았다.

# 아직은 살아있기에 "할머니 사랑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소 온화하던 할머니가 이유 없이 욕설을 내뱉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사실 5년 전부터 이상 증세를 느꼈지만, 그저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정한 씨가 뇌종양 선고를 받고 일 년 뒤, 할머니는 결국 치매 장기 요양 3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도 잠시뿐, 정한 씨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충격을 받아 쓰러질까봐 자신의 병을 숨기고 정한 씨는 치매가 시작된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이면 다섯 가지 과일을 넣어 만든 주스로 할머니의 건강을 챙기고, 요리며 빨래, 청소 등 집안일과 할머니의 대소변 실수까지 도맡아서 처리한다.

평생 동안 쌓인 화와 슬픔 때문인지, 할머니는 잘 있다가도 화를 못 참고 터져버리기 일쑤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한 씨는 할머니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변해버린 할머니를 지키느라 애를 쓴다.

한 번씩 흐릿했던 정신이 돌아오면 할머니는 여지없이 손자 자랑뿐이다. “정한이가 착하고 잘해준다”고.

종양의 70%를 절제하고 30%를 남겨둔 대수술로 정한 씨는 항상 경련과 두통에 시달린다. 3~4년 내 재발하고 50%의 사망률을 갖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지만,  정한 씨는 홀로 남겨질지 모르는 할머니가 더 걱정이다.

오늘도 할머니의 해피 바이러스가 되기 위해 어리광을 자처하는 손자 정한 씨. 정한 씨는 매일 같이 “할머니, 뽀뽀, 할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집 옥상에서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뇌종양 손자와 치매할머니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인간극장-할머니 사랑합니다’  5부는 11월 17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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