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은 나이 마흔에 홀로 되어 칠 남매를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엄마, 장옥순(82) 씨의 이야기 ‘잊지 말아요 엄마’가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치매가 걸린 엄마를 보고 실의에 빠질 시간도, 원망할 시간도 아까워 엄마의 하루하루를 잊지 못할 순간들로 채워 주고 싶다는 칠 남매의 사연을 전하는 ‘잊지 말아요 엄마’가 방송된다.

이번주 KBS 1TV ‘인간극장’은 나이 마흔에 홀로 되어 칠 남매를 키우기 위해 멸치 행상, 그릇장사, 포장마차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엄마, 장옥순(82) 씨의 이야기 ‘잊지 말아요 엄마’가 전파를 탄다.

11월 23일에는 ‘인간극장-잊지 말아요 엄마’ 4부가 방송된다. 때마다 따뜻한 밥을 올리는 며느리에, 한글 선생님을 자처하는 사위. 여기에 어디를 가든 손 꼭 잡고 다니는 단짝 안사돈까지-

여전히 대가족의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도 밤마다 자식들을 위해 줄줄이 기도를 올리고 막내아들의 식당에 고사를 지내주겠다며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우리들의 영원한 보스, 옥순 씨!

# 한평생 억척같이 일하며, 칠 남매를 시집 장가까지

엄마, 장옥순(82). 자식들의 기억 속에 그녀는 늘 강했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지독한 가난 앞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던 엄마. 그래서 아들딸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마저 그녀를 대장부라 불렀다.

한평생 억척같이 일하며, 칠 남매를 시집 장가보냈고, 식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집도 마련했다. 1층에는 여섯째(신재민/45)네 식구를, 2층에는 넷째(신승희/52)네 가족을 품으며 사는 옥순 씨.

42년 전, 갑작스럽게 남편이 죽고, 옥순 씨는 칠 남매의 손을 잡고 태백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 뒤로 칠 남매를 위해서라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막일, 포장마차, 장사로 말하자면 냄비에, 멸치에 그릇까지 안 팔아 본 것이 없던 엄마.

딸들이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열고부터는 손주까지 돌보며, 온종일 깻잎을 씻어 뒷바라지했다. 옥순 씨의 손맛과 장사 노하우, 거기에 지극한 헌신까지- 덕분에 반찬 가게는 날로 번창했고, 칠 남매는 모두 자리를 잡고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이제 편히 쉴 날만 남았다- 한시름 놓았는데, 엄마에게 몹쓸 병이 찾아왔다. 

# 엄마의 치매, 그 누구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긴 세월 빚진 마음... 이제야 조금이라도 갚을 형편이 되는데, 엄마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수십번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건 다반사, 자식이라면 끔찍이 여기던 엄마가 아들딸 돌아가며 흉보기도 했다. 칠 남매에 사위, 며느리, 손자들까지 생일과 주소를 적어놓고 늘 기도했던 옥순 씨. 자식들에게 끝까지 짐은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치매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바라고 또 바랬다. 

옥순 씨가 치매 판정을 받은 건, 4년 전. 최근 기억부터 서서히 잊힌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였다. 엄마는 점점 투정이 늘어갔고, 어쩌다 치매약이라도 거른 날에는 작은 일에도 불같이 역정을 내기도 했다. 누구보다 강했고, 올곧았던 사람... 칠 남매에게 엄마는 부모이자 정신적 지주였기에 그 누구도 쉽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어릴 적 나의 옹알일 수도 없이 받아주었을 엄마이기에...

엄마의 치매 탓에 서로 오해가 생기고,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바람에 애를 먹고... 낯선 엄마의 모습에 점점 지쳐가던 차, 중년의 아들딸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치매의 정의부터 대처방법까지 함께 모여 공부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집에 들러 엄마의 말벗이 되어줬다.

함께 운동하고, 나란히 누워 마사지 팩을 하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들. 매 끼니 치매약을 챙겨줄 때면 ‘아직은 할 일이 많으니, 치매만은 걸리지 말아야지’ 하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가난 속에서 그랬듯,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더욱 끈끈해진 칠 남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같은 말을 하는 엄마에게 짜증은커녕 표정 한번 일그러지지 않는 건, 어릴 적 나의 옹알일 수도 없이 받아주었을 엄마이기 때문에... 칠 남매는 오히려 그 빚을 갚을 시간을 준 것 같아 고마울 뿐이다.

시선 닿는 곳마다 울긋불긋- 어느 멋진 가을날, 온 가족이 여행길에 오른다. 칠 남매는 물론, 사돈에 며느리 그리고 옥순 씨의 단짝, 안사돈까지- 엄마를 위해 준비한 ‘장옥순 여사의 기억 찾기 여행’이란다. 통 크게 전세버스까지 대절해서 달려간 곳은 옥순 씨의 젊은 시절이 묻어있는 강원도 태백! 과연 엄마는 그곳에서의 날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 정신은 희미해져도 여전히 자식들에게는 든든한 기둥

오늘도 ‘우리 집 큰 아이’ 옥순 씨 때문에 집안은 시끌벅적. 일곱 살 손녀도 하지 않는 밥투정 하기 일쑤, 방금 용돈을 받아놓고 안 줬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래놓고 방에 들어오면 아들딸들 그저 몸 건강히 잘 살게 해달라 기도를 올리는 옥순 씨. 정신은 희미해져도 여전히 자식들에게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싶다.

‘아직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치매 걸릴 때가 아니지’ 오늘도 당당하게 말하는 우리 엄마, 옥순 씨. 어느 날, 말레이시아에서 요식업을 하는 막내아들에게서 식당 개업 소식이 들려오고, 직접 고사를 지내주겠다며 말레이시아까지 출동한다.

여전히 자식을 위해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엄마... 칠 남매는 그런 엄마의 매일을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주고 싶다. 드디어 옥순 씨의 82번째 생일날이 다가오고, 중년의 아들딸들은 최고의 생일을 만들어주려 머리를 맞대는데-

또다시 내일이 오면, 엄마의 오늘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저 곁에 있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이것만은 잊지 말아줬으면...당신이 그랬듯, 엄마의 아들딸이 늘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엄마.”

“엄마! 사랑해” 평생 갚아도 못갚을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인간극장-잊지 말아요 엄마’  4부는 11월 23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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