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의 작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재혁 작곡가. 사진 = 제네바 국제 콩쿠르 페이스북 캡처

작곡가 최재혁(23)이 1939년 출범한 세계적 권위의 '제72회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의 작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재혁은 최근 6세부터 바이올린을 배운그는 중 3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보스턴 월넛힐예술학교와 뉴잉글랜드 콘서버토리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아드음악원에 재학중인 신예다. 갓 스무살을 넘긴 지난 2015년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 자신이 작곡한 '자화상 6(Self Portrait Ⅵ)'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성악과 피아노 등의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작곡 부문은 상대적으로 수상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최재혁의 이번 수상은 쾌거로 평가된다.

제네바 콩쿠르에서 역대 우승한 한국인 음악가는 1971년 첼리스트 정명화, 2013년 작곡가 조광호,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다.

최재혁은 2013년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이후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에게 종종 가르침을 받고 있다. 진 작곡가는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다음은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그와 인터뷰 내용이다.

Q. 우승소감은? 우승 예상은 했나?

A. "파이널리스트 3명 안에 뽑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영예로운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러웠다. 또한 제네바에 와서 직접 다른 작곡가들의 곡들을 리허설 기간에 듣고는 결과를 예상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3곡 모두 각각의 성격이 모두 달랐고, 작품의 완성도가 모두 출중했기에 그 누가 1등을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그런 곡들이었다. 이 상의 의미가 앞으로 더 열심히, 치열하게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Q. 우승곡인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Nocturne) III'는 어떤 곡인가?

A. "녹턴이라는 단어의 뜻은 '밤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녹턴이라하면 우리가 잘 아는 쇼팽의 녹턴, 그러니까 조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피아노 곡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밤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들 중에는 그로테스크하고, 일탈적인 행위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는 쇼팽의 녹턴과 다른 녹턴을, 그리고 녹턴은 피아노만을 위한 장르의 곡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어떠한 줄거리도 없는 추상음악이다."

Q.처음에는 바이올린을 배운 것으로 아는데 작곡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 섹션이어서 멜로디 연주를 많이 했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매력적인 멜로디였다. 저도 모차르트의 멜로디 같은 멜로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차르트를 따라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로 시작했다. 물론 후에는 진지해졌다."

최재혁 작곡가. 사진 = 제네바 국제 콩쿠르·Anne-Laure Lechat 제공

Q. 지난 2015년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 본인이 작곡한 '자화상 6(Self Portrait Ⅵ)'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기분이 어땠나?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는 기분은?

A. "유럽의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제 손으로 직접 만지며 음악을 만드는 그 느낌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물론 제 작품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한없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는 건 어떤 느낌인지 사실 잘 모른다. 몇몇 기사나 잡지 등에서 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제 실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주목을 받고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가령 아무리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예술가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중심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2013년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이후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에게 종종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A. "진은숙 선생님께서 이번 심사위원이셨기 때문에 굉장히 떨렸다. 왜냐하면 선생님을 봬 온 약 6년동안 선생님께선 따끔한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다. 저의 부족함을 느끼는 시간이고 더 열심히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겨주시는 분이다.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제가 어땠을지 상상하기 싫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생각을 더 하고 상상을 더 하라고 말씀하신다. 추상적이지만 작곡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Q. 작곡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A. "메시지다. 메시지가 어떤 것이냐는 물론 곡마다 다르겠지만 화성이나 구조 등 기술적인 부분들은 제가 표현하고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일 것이다. 물론 화성이나 구조 자체가 메시지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Q. 가장 영향을 준 작곡가 또는 음악가가 있나?

A. "베토벤. 베토벤은 저에게 항상 영감을 주는 작곡가다. 그의 분투와 집념, 치열함, 고집스러움과 창의적인 새로움은 저로 하여금 작곡가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끝없는 가르침을 준다. 슈베르트의 천상의 소리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샤리노, 푸러, 핀처, 진은숙, 리게티, 앙드레 등의 작곡가들의 악보에서도 많은 배움을 얻는다. 물론 쇼팽도 있겠지?"

Q. 앞으로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나? 본인의 곡이 청중에게 어떻게 닿았으면 하나?

A. "좋은 곡을 써서 제가 존경하는 베토벤의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그게 어떤 의미이든지 말이다. 그리고 제 곡이 새롭고 신선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다.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그들에게 저런 아름다움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곡을 선사하고 싶다. 더불어 오랜 기간 사랑받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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