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처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철거한 뒤 김활란 동상 모습. 사진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 제공.

이화여대 초대총장인 김활란 동상 앞에 세워졌던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이 결국 철거됐다. 학교측은 그동안 “팻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됐다”면서 철거를 요청해왔고 팻말을 설치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은 이를 거부해왔다.

이화여대 학생처는 지난 27일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철거했다. 

앞서 학생처는 팻말을 설치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에 공문을 보내 팻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됐다며 24일까지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획단은 "팻말을 철거할 의사가 없다"면서 거부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영구 공공물의 교내 설치는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문을 통해 학생들에 알렸으며 이에 따라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팻말을 철거한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기획처장·학생처장·총무처장 등 명의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을 냈다.

이화여대는 "대학은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부단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기획단의 문제제기도 그 결과라고 본다"면서 "그러나 2017년의 김활란 동상은 처음 세워졌을 때와는 다른 무게와 의미를 가지고 우리 앞에 서 있다. 그 무게가 무겁다고 치워버리거나, 그 의미를 일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내 다른 동상들과 달리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상'이라는 단 한 줄로 이루어진 설명은 보는 이들 각자가 자기 몫의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교의 입장을 담고 있다"며 "앞으로도 김활란 동상은 여성, 민족, 국가의 교차점에 대한 쉽지 않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질 것이고 각 세대는 자기 몫의 고민과 성찰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기획단은 입장문을 내고 "팻말을 치운다고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를 규탄했다.

기획단은 "학교는 이화인들이 지속 제기해온 교정 내 친일파 동상 문제에 대해 자기성찰이나 토론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문제를 은폐해왔을 뿐"이라며 "팻말을 치우는 데 급급하다 최소한의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철거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기획단은 "팻말을 치운다고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에 의해 강제 철거된 팻말은 우선 학생 문화관에 전시를 하고 팻말을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김활란 초대 총장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했다.  1022명의 이대 학생들의 서명과 모금으로 제막된 팻말이다.

팻말에는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김 전 총장의 대표적 친일 행적과 발언들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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