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송년회 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에 관대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적당한 음주'라는 신조어를 개발했고 해외에서 '적정 음주의 긍정적인 효과' 등 연구논문을 들여와 애주가들을 위로하기 바빴다.

 '음주'와 '건강', 정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뉴시스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의뢰해서 받은 '소량 알코올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애주가들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통계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송선미 건강생활실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발표된 '적정음주가 사망 위험성을 감소시켰습니까?(Do 'Moderate' Drinkers Have Reduced Mortality Risk?)' 논문은 그동안 음주와 사망위험의 연관성에 대해 다룬 논문 87개 논문을 모아 메타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의 중독연구센터에서 수행했다.

그 결과 총 연구대상자 399만8628명중 9.2%(36만7103명)이 사망했는데, 실제로 하루 한잔 정도 소량(에탄올 기준 1.3~24.9g) 음주자의 경우 사망률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14%가량 낮았다.

그렇다면 적정 음주는 건강에 도움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는 통계 오류에서 오는 착시다.   바로 '금주자 현향' 효과 때문이다.

금주자(formal drinkers)은 음주를 하다가 금주를 하게 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오비맥주 임직원들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서울 강남구 수능시험장 부근에서 한국스카우트연맹과 함께 청소년 음주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청소년 금주 약속’ 캠페인에 참여한 수험생들이 서약 스티커에 직접 서명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대부분의 논문이 술을 마시지 않은 집단에 이같은 금주자를 제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질병 등을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게 됐을 경우, 술을 마시는 집단 대비 건강상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술을 마시지 않아서 건강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지 않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며 "또 재정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고립 등 제3의 요인으로 건강이 나쁘거나 금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건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하루 한잔' 적정 음주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뿐 아니라 실천도 어렵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그동안 심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제2형 당뇨병 질환 등에 대해 적정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송 위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술을 마실지 책임감 있게 결정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굳이 적정 음주의 잠재적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국립암센터에서 매년 발간하는 '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 수칙'도 올해부터 '절대금주'를 권하고 있다. 술 한두잔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은 지난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선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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