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구글은 한국 앱마켓에서 거두는 매출규모를 밝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세회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내년부터 세계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되면서 한국에서 구글플레이로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글의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정책과는 달리 구글은 한국 앱마켓에서 거두는 매출규모를 밝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세회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구글코리아 역시 본사의 입장이 없다는 이유로 묵묵부답이다.

세계 각국에서 세금 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글이 이른바 '구글세' 납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영국에만 매출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수조 원이 넘는 매출을 국내에서 벌어가면서도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로서 매출이나 세금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주요 서비스를 해외 법인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 당국에서 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현재 구글은 영국 내 매출 규모를 공개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지난해 1월 1억 3000만 파운드(약 1840억원)의 체납 세금을 추징하기로 구글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페이스북은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13일 "페이스북 본사에서 결정한 사항에 페이스북 코리아도 따를 방침"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은 한국 세무당국에 신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데이브 웨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페이스북의 광고 판매 구조를 광고가 집행되는 현지 지역판매 구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페이스북이 집행하는 광고는 아일랜드 법인이 아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지사가 있는 약 25개국의 수익으로 집계된다.

그간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등 거대 글로벌 기술기업은 아일랜드나 영국 왕실령 저지섬 등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에 법인를 설립해 세금을 회피하는 방식을 취해 논란이 됐다.

이러한 국제적인 정서 속에서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세금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글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논란이 공론화된 지 오래다.

페이스북은 내년부터 세계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구글플레이, 한국 연매출 3조4100억원 추정…세금은 법인세 뿐

세계 곳곳에서 세금 탈루 논란을 빚고 있는 구글이 한국 앱마켓에서 거두는 매출규모를 밝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세회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최근 페이스북이 조세회피 의혹을 타개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광고매출을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기로 결정한 것과 상반된다.

 구글플레이의 올 한해 한국 매출액은 3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국내서 내는 세금은 코끼리 비스킷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의 거의 95% 차지하는 앱 매출은 조세회피처로 집계해 세금을 안내고 있기 때문이다. 납부하는 세금은 지난해 2000억대의 매출을 신고한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뿐이다.
  
15일 앱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구글플레이의 한국누적 매출은 3조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1∼11월 누적 매출 추정액이 1조8447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할때 71.3% 증가한 규모다.

구글플레이 한국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다. 이는 작년 12월부터 기록적인 흥행을 보여준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과 하반기 구글플레이 시장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려놓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11월 구글플레이 한국 매출 총합은 2718억원으로 10월(3034억원) 대비 약 10.4% 감소했다. 9월 이후 꾸준히 9~10%씩 감소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12월에는 지난해 12월과 비슷한 수준인 약 2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지에이웍스 추정대로라면, 구글플레이의 올 한해 한국 누적 매출은 3조41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정액은 게임 매출만으로 계산됐다. 비게임 매출이 일반적으로 전체 매출의 5%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구글이 한국에서 거두는 구글플레이 전체 매출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최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지난해 3000억원 추정…동영상 광고는 네이버의 2.5배

 구글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광고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키워가고 있다. 유튜브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최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의 지난해 동영상 프리롤 광고 매출은 약 116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이버(465억원)의 2.5배에 달하며, 지상파 3사의 인터넷 동영상 광고 매출을 모두 합한 206억원보다 5배나 많은 수치다.
 
아울러 구글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애드몹이나 네트워크 광고 상품 구글디스플레이네트워크(GDN), 구글 검색광고 등의 국내 매출을 합하면 이 역시 수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을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로 보내는 방식의 편법으로 조세를 피하고 있다.

제로 미국 본사 외에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유통하는 구글의 법인은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에 설립된 Google Ireland Limited(구글 아일랜드), Google Commerce Limited(구글 커머스)와 싱가포르에 설립된 Google Asia Pacific Pte. Limited(구글 아시아 퍼시픽)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하면 구글 싱가포르 법인의 매출로 잡힌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의 법인세율(12.5%)을 이용해 적은 세금을 내던 페이스북은 최근 조세회피 논란을 정면으로 타개하기 위해 나섰다.

구글이 납부하는 세금은 지난해 2000억대의 매출을 신고한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뿐이다. 사진=AP, 뉴시스

구글 세금추징, 전 세계적 이슈…우리나라 "매출 공개해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세금추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구글코리아의 매출 공개를 위해 외감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구글 아시아 퍼시픽(싱가포르)이나 구글 아일랜드 매출로 잡히는 만큼,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알기도 쉽지 않겠지만 만약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구글이 우리나라 세무당국에 재작년 매출 1940억원, 지난해 매출 2671억원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12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할 공정한 경쟁과 사회적 책임이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에게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기업들이 국내 경제를 통해 얻어가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인지,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지, 적절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는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인터넷기업협회장)도 지난달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글이 매출 규모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글이 한국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그에 따른 세금 납부액을 밝힌다면 이 같은 의혹은 더이상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글코리아가 밝힌 공식입장은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뿐이다.

한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해 구글세 부과 방안을 포함해 (과기정통부도) 대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시간을 지나며 변형·발전해 왔다. 정부도 문제를 살펴볼 때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해 관계 부처들이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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