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횡령·배임·탈세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받은 롯데 오너 일가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징역 4년 벌금 35억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무죄

롯데그룹 부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 징역 4년,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 집행유예, 신동주(63)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내려졌다.

법원은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회사 공금을 배임·횡령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신동빈 회장의 472억원대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혐의는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게 각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6가지 혐의에 대해 2개만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씨와 장녀 신영자(74)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세금 858억원을 포탈한 혐의와 이들에게 롯데시네마 매점을 임대해 롯데쇼핑에 778억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씨 및 서씨의 딸에게 무상으로 급여 총 508억원을 지급한 혐의, 비상장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매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서미경 씨와 딸에게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만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영화관 매점 임대 자체는 경영상 판단으로 볼 수 있지만,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임대 사업을 한 점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롯데시네마가 지나치게 저렴한 임대수수료를 받으면서 서씨 등에게 매점을 임대했고, 이후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 영업이익이나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실제 롯데쇼핑이 받은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며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서씨와 딸에게 직무와 무관하게 급여를 지급한 점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서씨 등이 실제 롯데 계열사에서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신 총괄회장이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급여를 주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나머지 혐의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전 이사장과 서씨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포탈한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나 무죄라고 봤다. 신 전 이사장의 경우 조세 포탈 혐의 공소시효 만료 시점인 지난해 6월30일을 지나 기소했기 때문에 면소된 혐의로 판단했다.

또 서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내 기소를 인정하면서도, 서씨가 대부분 일본에서 체류한 점 등을 고려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는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신 전 부회장에게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며 총괄 경영한 만큼, 이를 옆에서 보좌한 신 전 부회장도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한 경영진이라는 판단이다.

또 5개 비상장회사 주식을 3개 계열사에 매도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30%를 더해 넘긴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매매대금이 고가였다고 보기 어렵고, 주식을 산 계열사의 매출 규모나 보유 현금 등을 고려할 때 회사에 손해를 끼칠 위험도 없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신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신 총괄회장이 서씨 등에게 롯데시네마 매점을 임대하는 과정이나 허위로 급여를 주는 데 문제가 있었음을 인식하고도 이를 묵인한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롯데피에스넷의 롯데 ATM 사업에 계열사를 끼워넣기 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신 회장이 실제 이를 지시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로 어렵다는 취지이다.

또 끼워넣기 거래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한 혐의도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봤다.

결국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하면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 훨씬 낮은 형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양형 이유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회사를 사유물처럼 처분해 엄벌이 불가피하지만, 롯데를 국내 재계 5위 그룹으로 오르게 하는 등 회사에 기여했다"며 "신 회장은 그룹 대표로서 신 총괄회장의 부당한 지시를 막지 않았지만, 직접 얻은 경제적 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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