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탑승한 배우들의 면면이 기대 이상의 강렬하고 독특한 앙상블이다.

영화 ‘설국열차’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발버둥치는지 출구 없는 기차의 특성상 현미경 들여다 보듯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등 주연배우들의 면면도 ‘어벤져스’급이다.

[EBS 한국영화특선] 봉준호, 송강호 영화 ‘설국열차’-12월 31일 (일) 밤 10시 55분

제목 :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감독 : 봉준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제작 : 2013년 / 한국
방송길이 : 125분
나이등급 : 15세

봉준호, 송강호 영화 ‘설국열차’ 줄거리: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봉준호, 송강호 영화 ‘설국열차’ 해설:

“한국 영화,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 <설국열차>

한국과 미국, 영국 등 국적 불문의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 한국과 미국, 영국, 체코, 헝가리 등 다국적의 스탭 구성,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Barrandov Studio)에서의 촬영 등 외양만으로는 합작 영화처럼 보이는 <설국열차>. 그러나 <설국열차>는 각본, 연출, 제작, 투자/배급까지 영화의 핵심 엔진은 모두 한국에서 시작, 전 세계 관객들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기상 이변으로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빙하기, 생존 인류 전원을 태운 채 설원을 뚫고 질주하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 안에서 펼쳐지는 숨가쁜 반란의 드라마인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를 포함한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롭고 강렬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영화의 국적성 자체가 무색해지는 설정과 이야기를 가진 <설국열차>에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탑승한 배우들의 면면 또한 기대 이상의 강렬하고 독특한 앙상블이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괴물>과 봉준호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던 틸다 스윈튼은 영어권 배우 중에서 제일 먼저 탑승을 확정했다. 젊은 혁명 지도자, 주인공 커티스 역의 크리스 에반스는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로 한국 관객과 친숙하다.

송강호와 <괴물>에서 그의 딸을 연기했던 고아성은 다시 한 번 부녀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자리를 잡았고, <마더>를 인상 깊게 본 <에이리언> <해리 포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존 허트는 꼬리칸의 지도자, 성자 길리엄으로 합류했다. <더 록> <트루먼 쇼>의 에드 해리스는 열차의 절대자 윌포드로 무게감을 더했다. 꼬리칸의 열혈 엄마 타냐 역은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가, 그리고 커티스의 오른팔이자 꼬리칸의 반항아인 에드가 역은 <빌리 엘리어트> 이후 전 세계가 그의 성장을 함께 지켜 본 제이미 벨이 맡아 공감대를 높인다.

그 외에도 <트레인 스포팅>과 <블랙 호크 다운>의 이완 브렘너가 아들을 지키려는 꼬리칸의 힘 없는 아빠 앤드류 역으로, <밀크> <미드나잇 인 파리> <뉴스 룸> 등의 앨리슨 필이 학교 칸의 여교사 역에 캐스팅 된 것을 포함,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 불법 낙태를 시술하는 악당으로 깊은 인상을 새긴 루마니아의 블라드 이바노프가 출연해 <설국열차>의 다채로운 인물 군상을 완성했다.

인류의 마지막 날,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탄 꼬리칸 사람들이 헐벗은 채 창도 없는 비좁은 화물칸에서 생존을 목표로 바글대는 것과 달리, 비싼 티켓으로 탑승한 앞쪽칸 사람들은 술과 마약이 난무하는 사치 속에 꼬리칸을 억압한다. 그리고 마침내 분노한 이들의 폭동이 일어나고 그들이 돌진하기 시작하는 순간, 영화는 전복의 쾌감과 함께 숨가쁘게 관객을 앞으로 실어 나른다. 모든 반란이 그렇듯, 압도적 열세를 딛고 일어선 꼬리칸의 전사들은 칸을 돌파해 낼 때마다 앞쪽칸의 군인들에 맞서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생생한 액션을 스크린에 구현한다.

또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주인공들도 달려가는, 이중의 질주와 이중의 폭주는 영화의 기본적인 무드로 깔리며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맨 앞칸, 기차의 해방을 위해서 반드시 도달해야 할 엔진까지 가는 주인공 커티스의 여정은 칸이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투로 관객을 이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발버둥치는지 출구 없는 기차의 특성상 현미경 들여다 보듯 그릴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고 감독은 전한다. 멸망 이후 노아의 방주가 된 기차, 특수한 시공을 가로지르는 <설국열차>는, 드라마의 밀도는 더욱 깊어지고 오락영화의 쾌감과 재미는 한층 더 확장된 봉준호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 감독 : 봉준호

연세대 사회학과 시절 단편영화 〈백색인〉(1993)을 연출했고, 1994년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로 입학하였다. 〈프레임 속의 기억〉(1994)과 졸업작품으로 단편 <지리멸렬>을 만들어 홍콩영화제와 밴쿠버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장편 데뷔작은 이성재, 배두나 주연의 <플란더스의 개>. 비록 흥행엔 실패했지만, 2000년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 Award),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High Hope Award) 등을 수상하여 이 작품에서 보여준 감독의 재능은 충무로에서 가장 기대되는 영화인으로 만들었다.

그 후,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살인의 추억>으로 2003년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감독상(Silver Shell for Best Director)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동경영화제 아시아영화상, 토리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는 평을 들으며 스타감독의 대열에 올라섰다.

<괴물>로 2006년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뉴욕영화제에 초청되었고, 2007년 아시안필름어워드 작품상,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 오리엔탈익스프레스상, 판타스포르토 감독상,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하였다. 2009년 <마더>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뉴욕영화제 메인프로그램에 초청되었다. 최근작으로 <설국열차>(2013), <옥자>(2016) 등이 있다.

 [자료 및 사진=EBS 한국영화특선, 봉준호, 송강호 영화 ‘설국열차’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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