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웜비어(가운데)가 16일 평양에서 재판정에 출두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북한에 장기 억류 됐다가 뇌사상태로 돌아와 곧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아들의 사망 책임을 북한 당국에 물으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따르면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이날 콜럼비아 지방 법원에 22쪽 분량의 소장을 제출해 "북한 정부가 22세 아들을 인질로 삼은 뒤 그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요하고 뇌사 상태로 미국에 돌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양에 여행을 간 아들을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잔혹하게 학대 했으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인질로 잡아 고의로 생명을 앗아갔다"고 분노했다.

버지니아 주립대학 학생이던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고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반국가 범죄(anti-state crime) 혐의로 재판을 받고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해 6월 억류 18개월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됐다. 이후 석방 6일만인 같은달 19일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웜비어의 사망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해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잔혹한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법치주의나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정권의 손에 무고한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생겼다. 만약 북한이 웜비어를 부당하고 잔혹하게 대우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되면 웜비어의 부모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테러지원국 희생자 펀드(VSSTF)’에서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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