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에라/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7년간 부호들의 계좌에서 약 100만 유로(약 13억 원)의 예금을 빼돌려 빈곤층을 도와준 이탈리아의 한 은행 지점장이 징역형을 면제받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인구 1000명이 조금 넘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포르니 디 소프라에 있는 은행 지점장 길베르토 바시에라는 이러한 범행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교도소행을 모면했다.

바시에라가 거액의 돈을 빼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착복하지 않았고 어떤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점도 집행유예 선고에 도움이 됐다.

바시에라가 처음 부호들의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9년이다. 그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러 온 한 사람이 신용이 부족해 대출을 받을 자격이 안 되자 부자들의 계좌에서 조금씩 돈을 빼돌려 이 사람의 계좌에 입금해줌으로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만들어주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바시에라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나중에 바시에라가 자신의 계좌에 몰래 입금시킨 돈을 모두 갚았다. 바시에라는 이러한 방법으로 7년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바시에라가 도운 대다수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돈을 갚았지만, 일부는 그러지 않았다.

빼돌린 돈이 100만 유로에 육박하면서 바시에라의 범행은 더는 계속될 수 없게 됐고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바시에라는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것도 은행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시에라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난 뒤 돈을 빼돌린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했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그의 행동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지만 이탈리아 국민과 언론들은 그의 행동에 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시에라에 대해 "현대판 로빈 후드"라고 영웅시하며 칭송했고 일부 언론에서의 바시에라의 행동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시에라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고객의 필요는 고려하지 않은 채 컴퓨터만을 통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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