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일이 좋아 배우 시작… 'L월드 깝질 알바생'부터 연극무대까지

배우 박지수 [사진=박지수 제공]

 

[월드투데이=강효진 기자]배우 박지수를 처음 만난 것은 리버풀의 캐번 클럽에서였다. 비틀즈를 좋아해 머나먼 항구도시까지 따라왔다는 청년은 맥주와 비틀즈에 취해 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그는 리버풀의 한 호스텔에서 함께 묵게 된 한국인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타지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순간은 고국에서의 오랜 시간들과 맞먹을 수도 있다. 그와의 인연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됐는데, 훗날 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더니 꽤나 명쾌한 대답을 했다.

“좋은 거 보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좋은 생각 들고… 살다가 나의 좋은 모습이 그리울 때, 그 모습을 가진 나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캐번 클럽 앞의 박지수

 

기자 > 배우가 하고 싶어진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박지수 > 저는 매우 소심한 아이였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의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소심했죠. 유일하게 좋아하던 게 운동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볼링이었어요. 볼링을 치며 말랐던 몸에 살도 붙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선수 제의도 받게 됐죠. 고3때까지 7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고 청소년 국가대표를 하다가 체대에 입학했어요.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성격은 자연스럽게 외향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보니 볼링이며 체육 공부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죠. 난 뭘 좋아할까… 고민 끝에 제가 즐겼던 건 볼링이 아니라 내가 볼링을 칠 때 뒤에서 응원해주시던 분들의 시선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어요. 메달을 따면 박수갈채를 받는 그 순간을 좋아했던 거였구나… 하고요.

그래서 제가 즐기는, ‘주목받는 일’을 찾다가 배우라는 직업을 발견했습니다. 그러고선 당장 부모님 몰래 동아리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죠. 공연도 올리고, 어렵게 부모님을 초청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아 그냥 꿈으로만 간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어머니께서 “너 그거 잘하더라. 그거 해봐~”라고 무심코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큰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으며 배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배우 박지수 [사진=다다스튜디오]

 

유튜브에 ‘박지수TV’를 검색하면 수많은 클립영상들이 뜬다. 그 중 가장 이색적인 이력은 SBS 스브스뉴스에 ‘깝질논란’을 일으킨 청년으로 등장한 것이다. 화면 속 그는 놀이기구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게 패러디한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지르는 열혈청년이다. 2015년 그가 잠실 'L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시 인기 많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한두 시간에서 길게는 세 시간까지 지루하게 기다리는 이용객들을 보며, 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방문한 놀이공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다. 그가 매번 이렇게 단독공연을 펼치자 열정 가득한 그를 촬영한 영상이 ‘L월드 알바생’ 등의 키워드를 달고 유튜브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팬을 자칭하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이 즐거워서, 힘들어도 멈출 수 없었다. 박지수의 ‘깝질’은 이용객들에게 재미를 주면서도 배우인 자신을 알리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깝질 L월드 알바생' 박지수 [사진=스브스뉴스 캡쳐]

 

배우 박지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다다스튜디오>의 광고다. 상품에 스토리를 담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다스튜디오>의 광고는 ‘알맹이는 나름 실한데 겉보기엔 유머러스한’ 박지수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다다의 광고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같은 맥락의 <쉐어하우스>의 광고에도 다수 출연했다. ‘대처법’ 광고시리즈를 통해서는 경기도 버스 안에서 상영되는 채널 ‘G-BUS’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G-BUS 채널은 과거 랩퍼 ‘키썸’이 출연해 데뷔 후 큰 화제가 됐고, 키썸의 이름 앞에는 ‘경기도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경기도의 아들’ 자리를 노린 것이냐는 기자의 농담에 박지수는 호탕하게 웃었다. 박지수는 2016년 <슈퍼스타 K>에도 출연했다. 노래를 승부하지는 못했지만 끼를 발산하는 모습이 임팩트가 있어 홍보영상에 넣어졌다.

 

<다다스튜디오> 광고에 출연한 박지수 [사진=다다스튜디오]

 

각종 창작연극과 독립영화, 웹드라마에도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미완성>이라는 영화에서 주연 ‘재희’역을 맡았다. <미완성>은 두 남고생의 우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극단 ‘소풍전날’과 함께 이강백 원작의 연극 <통 뛰어넘기>를 대학로 창조소극장에 올리기도 했다. 공연은 성황리에 종료됐다. <통 뛰어넘기>는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쉬지 않고 달려나가는 현대인에게 통을 뛰어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 통을 뛰어넘는다면 왜 뛰어넘을 것인지 물음을 던지는 연극이다. 발밑에 통을 굴리는 연기를 하며,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주저 않고 무대에 몸을 던지던 ‘얼간이’ 역의 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연극 <통 뛰어넘기> '얼간이'역 박지수(가운데)

 

기자 > 워너비 배우는 누구인지?

황정민 배우님입니다. 악역과 선역의 분간이 너무 뚜렷하고, 역할에 몰입하는 연기력이 저를 너무나 가슴 뛰게 만들었습니다.

기자 >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지?

박지수 > 나중에 제가 더 연기력을 쌓은 후에, 故 김광석 선생님을 추모하는 영화를 꼭 하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생전에 워낙 좋아하시던 가수였는데,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김광석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기자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앞뒤가 다른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카리스마 있지만 사석에서는 동네 형 혹은 동네 아저씨 같은 배우요. 또 사람들의 감성을 흔드는 배우가 될 거예요.

 

배우 박지수 [사진=박지수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들이라고 답하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할 거고 언젠간 영화관 스크린에서도 연기할 거예요. 그때 되면 우리 인터뷰 한 번 더 해요. 그땐 더 이야기보따리 한가득 들고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마치 리버풀에서 비틀즈를 동경하던 소년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연기만 생각하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청년 박지수. 그의 신년계획은 “살아나아가기”다. 해가 바뀌어도 그는 계속해서 배우로서, 사람 박지수로서 살아나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다 조금 힘에 겨워지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자가 본 박지수는 매일 자신을 좋아하며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있는 청년이었다. 박지수가 해를 거듭하며 '살아나아'가 관객에게 진심이 가닿는 배우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배우 박지수의 연기영상은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tPrI6gO2_mHtfGZ2RbC_uQ)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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