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대상으로 지정…공기업 철저 관리

▲ “파티는 끝났다."고 말하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좌측 두번째)

[월드투데이 = 김시연 기자]

정부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176개 기타공공기관 가운데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진 기관을 경영평가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또 공공기관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권한을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높여 채권발행 심사, 투자사업 타당성 심층검토 등 역할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영실적이 좋지 않거나 과잉 복지 등을 시정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2015년부터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공공기관 10여 곳에 대한 임금 삭감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500조원에 육박하는 공기업 부채 해소와 도덕성·책임성을 망각한 방만경영 개선을 위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공공기관 운영 혁신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가뜩이나 국가 재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공기업 부채가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과다부채, 과잉복지 등 현재 불거진 문제가 해소돼 공기업이 국민신뢰를 얻을 때까지 자율성을 다소 축소하더라도 공기업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파티는 끝났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위험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할 때다”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한 적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의 방향은 부채관리 강화와 과잉복지 축소를 위해 공운위의 역할을 확대하고 경영평가 방법을 대폭 손질하는 쪽에 맞춰진다.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차관급과 법조계, 경제계, 학계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 공운위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지정과 해제, 기관 신설 심사, 경영지침, 임원 선임, 보수지침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고쳐 공운위가 공공기관의 부채 및 방만 경영에 대해 공공기관이나 감독부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하고 추진 결과가 미진하면 이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한 관계자는 “공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잘돼 주채권은행 같은 시어머니가 없다. 공운위를 기업의 주채권은행처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공기업의 채권발행을 심사해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같이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는 사례를 막고 부채비율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선 공운위가 유전 개발, 시설 투자 등 공기업의 투자에 대한 사전타당성이나 사후타당성 등 심층평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방만 경영 개선 차원에서는 관리대상 공공공기관을 확대하고 매년 벌이는 경영평가 방법을 개선하는 노력이 이뤄진다.

관리대상 공공기관 확대는 현재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되는 공공기관 중 공운위의 관리를 거의 받지 않는 기타공공기관이 표적이다. 기타공공기관에는 강원랜드, 국민연금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이 포함된다.
기재부는 또 경영평가는 부채가 많은 공기업에 대해 채무관리 조항을 신설하고 평가비중을 높인다.
올해 실적에 대한 내년 평가는 자구노력에 따라 성과급을 '일부' 제한하고 2015년 평가부터는 ‘일부’문구를 삭제, 자구노력이 미흡하거나 방만 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아예 못 받을 수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성과급이 연봉의 30~4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예상이다.
정부는 이밖에 단체협약과 관련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담은 경영혁신지침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동종업계보다 보수 수준이 높은 공공기관 10여곳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임원 보수를 삭감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임원보수 삭감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기재부는 내달 중 공공기관 운영 혁신방안 최종안을 마련해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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