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측 무리한 비행요구에 대한 당국 조사 실시

▲ 사고 헬기 해체 작업을하고 있는119구급대워들

[월드투뎅 = 정원수 기자]

사상 처음으로 아파트에 헬기가 부딪쳐 추락하는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안개로 인해 시정(visibility)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헬기가 이동항로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 16일 오전 8시45분쯤 LG전자 소속 헬기가 김포에서 이륙해 잠실선착장으로 이동하다 오전 8시54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 아파트 후면 23~27층 사이에 부딪혀 추락했다.
◇ 짙은 안개가 원인으로 추정 = 이 사고로 탑승자인 박인규 기장과 고종진 부기장이 사망했다. 이들은 잠실선착장에서 안승권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임원 4명을 태우고 전주에 있는 칠러사업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사고현장을 찾은 김기출 강남경찰서장은 “사고 헬기가 짙은 안개나 연무 등으로 시정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동경로를 착각한 것 같다”며 “아파트 후면에 정면으로 들어와서 부딪치기 보단 측면에서 들어오다 프로펠러가 건물에 닿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박 기장의 아들인 박모씨도 안개를 우려했던 아버지의 통화를 들었다고 발언했다.
박 씨는 건국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는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한 것으로 들었다”며 “그래도 회사에서는 계속 잠실로 와서 사람을 태우고 내려가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LG전자 측은 유족의 의견에 반박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유족의 말대로 헬기가 출발하기 2시간 전쯤 박 기장이 기상조건을 이유로 잠실 경유보다는 김포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후 기상상황을 보며 탑승 장소를 선택하기로 했고 이 같은 결정에는 ‘안개가 걷히고 있다’ 박 기장의 의견이 전적으로 결정을 지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 안개로 비행여부 판단 = 사고가 발생한 시각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공군 관측소인 성남기지(서울공항)의 가시거리는 800m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각 기상청(종로구 송월동 관측소)이 관측한 서울 지역 가시거리는 1.1㎞였다. 송월동 기상관측소와 아이파크와는 약 10㎞ 정도 거리다.
기상청은 가시거리 1.0㎞ 미만일 경우‘'안개’가 꼈다고 판단한다. 1.0㎞ 이상이면 옅은 안개인 ‘박무’로 본다. 다만 안개는 지역별로 편차가 커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공군관측소나 기상관측소에서 파악한 가시거리와 삼성동 주변의 가시거리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사고장소인 아이파크아파트의 시공사인 현대개발측은 20일경 사고현장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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