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독벤처스' 이종한 대표

가짜뉴스에 대항하는 미디어 안내견

[월드투데이=강효진 기자]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국내에서든 세계적으로든, 정계 이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가짜뉴스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일단 뿌리고 보자는 ‘아님 말고’ 식의 기사들은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게 거짓이었든 사실이었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심지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온갖 ‘카더라’와 ‘찌라시’가 난무하는 정보의 범람 속에서 ‘미디어 안내견’을 자칭하는 가짜뉴스 추적시스템 개발 스타트업 ‘뉴스독벤쳐스’의 이종한 대표를 만났다.

영화에서는 종종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강아지가 오늘 배달된 신문을 물어다준다. 탁자 위에 향긋한 커피가 담긴 잔까지 놓여있으면 금상첨화. 대문 앞까지 졸린 눈 비비며 갈 필요 없이, 여유롭게 하루가 시작된다. ‘뉴스독벤처스’는 이처럼 신문을 가져다주는 강아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판교 K-ICT빅데이터센터 입주기업 선정, CES(미국 소비재전자박람회) 출품, 에디슨 어워드(미국 최고귄위 혁신발명상) 후보기업으로 지명, 2018 VIP 아시안 어워드에서 ‘글로벌 미디어 픽 Top2’를 수상하는 등 ‘뉴스독벤처스’의 행보는 스타트업으로서 과연 화려한 스펙이 아닐 수 없다.

판교 K-ICT빅데이터센터에 입주한 '뉴스독벤처스'

 

‘꿈의 무대’ CES에 올라선 우리나라 스타트업

‘뉴스독벤처스’는 지난 1월 8~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모습을 드려냈다. 창업진흥원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스마트벤처캠퍼스’에서 CES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작년 8월 출품이 확정된 이후 부스 디자인을 구상하고 리플렛과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CES는 IT 업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였다. 벅차는 마음으로 날아간 ‘꿈의 무대’ CES에서 이종한 대표는 많은 영감을 얻고 돌아왔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을 두 눈으로 보고 나니 세계에 대한 시각이 넓어졌다. 특히 “뉴스독벤처스 부스에 흥미를 가지고 방문한 뉴욕타임즈의 콘텐츠 담당자를 만난 일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자신을 둘러싼 알 한 겹이 깨진 순간이었다.

CES를 위해 공들여 제작한 온라인 카탈로그가 계기가 되어 ‘에디슨 어워드’의 후보기업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에디슨 어워드는 발명가 에디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미국 최고 권위의 혁신발명상이다. 아쉽게 수상은 못 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CES '뉴스독벤처스' 부스에서 설명하는 이종한 대표 [사진=이종한 대표 제공]

 

가짜뉴스를 잡아라! 가짜뉴스 추적 알고리즘

CES에 출품한 주력 제품은 가짜뉴스 추적 알고리즘이다. 가짜뉴스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사전예방이 아니라 사후삭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즉, 가짜뉴스가 생성되어 이미 현혹된 사람들이 생겨난 후에 제재가 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뉴스독벤처스’에서 생각해낸 방법은 가짜뉴스를 주로 생성하는 사용자를 역추적해 경찰청, 언론심의위원회 등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기관의 심의 담당자들이 가짜뉴스인지 판별하여 조치를 취하게 된다. 기존에 인간의 힘으로만 가짜뉴스를 찾아내던 것을 이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터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글들과 언론 기사들의 유사도를 비교분석해야 한다. ‘뉴스독벤처스’는 자체개발한 유사도비교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전문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특히, 실사용 언어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해 정확성이 우수하며 디지털 문법 비교 기술도 갖추고 있다. 게시글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로부터 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댓글에 대한 유사도비교분석도 가능해진다.

'뉴스독벤처스'의 유사도비교분석 기술 모델 [사진='뉴스독벤처스' 홍보영상 캡쳐]

 

세상에 없던, ‘믿고 보는’ 뉴스포털

‘뉴스독벤처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 처음에는 기업에 관한 뉴스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가짜뉴스 추적과 비슷한 알고리즘인데, 기업에 관한 뉴스들을 수집, 분류하여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다.

더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종한 대표는 ‘뉴스독메신저’라는 대화형 뉴스 메신저를 개발하기도 했다. ‘뉴스독메신저’는 사람들이 뉴스를 잘 읽지 않는다는 문제에서 착안해, 질문하고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뉴스를 재구성한 ‘쉽게 보는 뉴스' 어플리케이션이다. 여기에도 팩트체크 및 언론사별 정치적 표현 배제 기능을 탑재하는 등 가짜뉴스 판별에 신경을 썼다.

'뉴스독메신저' [사진=이종한 대표 제공]

‘뉴스독벤처스’의 행보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종한 대표는 기성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는 등 보이지 않는 알력을 행사한다는 의심이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독립적인 콘텐츠포털을 구상하고 있다. 이 포털이 완성된다면 가짜뉴스가 아닌 양질의 뉴스콘텐츠를 물어다주는 ‘안내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기사 선정 기준 역시 투명하게 할 방침이다. ‘뉴스독벤처스’의 포털이 개발되면 기성 뉴스포털의 과도한 언론 개입에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대체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독벤처스'의 콘텐츠포털 [사진=이종한 대표 제공]

미디어에 쏘아올린 작은 공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는 “세상에는 보고 싶은 뉴스와 봐야 하는 뉴스가 있다. 당신은 어떤 뉴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보고 싶은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봐야 하는 뉴스’를 보지 않았다가 훗날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정보편식은 가짜뉴스에 현혹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봐야 하는 뉴스’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객관적으로 골라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뉴스독벤처스’는 적어도 ‘보지 말아야 할 뉴스’를 걸러냄으로써 사람들이 미디어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더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뉴스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뉴스독벤처스’가 더욱 성장한다면 사람들에게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과 ‘봐야 하는 뉴스’에 대한 갈망을 자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이종한 대표는 뉴스에 대한 이상을 오늘도 한걸음 더 현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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