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오늘 새 위원장 선출을 위한 결선 투표에 들어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서다. 1, 2위 후보를 놓고 하는 결선 투표의 최종 결과는 내일 새벽께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에 오른 1위와 2위 후보는 둘 다 온건 성향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후보 3명, 온건 성향 2명 등 5명이 출마했다. 그런데 며칠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강성 후보 3명이 모두 탈락하고 온건 성향 후보 2명만 살아남았다. 현 노조가 강성으로 분류됐던 점에 비춰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변이라고 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성 후보들이 1차 투표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든 것을 두고 현대차 노조의 기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고도 한다. 어쨌든 3명의 강성 후보 중 누구도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구성원들이 새로운 모습의 집행부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선 투표를 통해 새로 들어설 노조 집행부의 진로를 그려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며칠 전 치러진 현대차 노조 위원장 선거 1차 투표는 투표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고 한다. 1차 투표에서는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이 1위,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했다. 두 사람 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온건 성향이라고 한다. 특히 이 후보는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부터 3년 연속 무파업 교섭 타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강성으로 꼽힌 현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러 차례 파업을 벌였다.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을 통한 근로 여건 개선 등 성과를 거뒀지만 잦은 파업에 따른 피로감 누적이 1차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한다. 이런 1차 투표 결과만을 놓고 노조의 기류가 확연히 달라지리라고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누가 결선 투표에서 이기든 온건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 새 노조 집행부에 거는 안팎의 기대는 남다를 것이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춰 환골탈태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라는 직장이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모두 노사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그런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공정한 배분을 요구할 수 있고, 사측으로서는 노조원들이 흘린 땀의 대가를 응당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노사가 한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자칫 균형을 잃으면 배가 침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풍요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순풍이 불어줄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대차 노사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 시점에 서서 몇 번이고 되짚어야 봐야 할 대목이다. 진정으로 노사 상생을 이루고,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거듭나야 하는지 노사가 함께 머리를 짜내주기를 고대한다. 또한, 새 집행부 출범을 앞둔 현대차 노조는 이제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등 모든 근로자를 아우를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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