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시정연설, 상생의 정치 기반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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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시정연설, 상생의 정치 기반되길
  • 월드투데이
  • 승인 2013.11.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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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내년도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야당의 평가에 따라 남은 정기국회 일정은 물론 연말 정국의 향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을 하는 박 대통령에 대해 행정수반으로서 예우를 갖춘다는 입장을 정했으나 시정연설 내용이 일방통행식이라고 판단되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더욱이 야권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편향됐다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시정연설의 명암이 야당의 반응에 따라 갈리게 됐다.
시정연설에 대한 복잡다기한 속내를 드러냈던 민주당이 17일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 때 대통령을 예우하기로 결론을 낸 것은 잘한 일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이 국회법에 따른 의례적 절차가 아니라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협조를 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일 시정연설 직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논의하되 일단 내부적으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맞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항의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초선 강경파 의원들이 없지 않아 돌출 행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1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시정연설에 불참하자는 의견에서부터 검은 넥타이와 스카프를 매자, 단식을 하자, 검은 정장을 입자는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이 개진됐다. 이런 가운데 4선인 김성곤 의원이 박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서로에게 진정성과 예우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띄워 정가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 연설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대선 때 절반 이상의 지지를 보낸 우리 국민을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께 최소한의 예우는 보여주기시를 바란다. 이는 우리의 국격이기 때문"이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야당 의원으로선 좀체 하기 힘든 옳은 말이다.
실제로 2003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고 박수도 치지 않았다. 2008년 7월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보복이라도 하듯이 18대 국회 개원식에 온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차갑게 맞이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와 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 의원이 언급한대로 선진국 의회의 대통령 연설은 보는 이들에게 늘 감동을 자아낸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미국에서는 여야를 떠나 모든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오랜 전통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다. 미국이라고 정쟁이 없을까마는 대통령 의회 연설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야당의 성원과 협조 속에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정운영의 큰 틀을 내놓기 위해 찾아온 대통령을 대하는 행동지침을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진심으로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루한 정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되더라도 이를 불문율처럼 지켜나간다면 우리 정치도 그만큼 성숙해지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도 모처럼 맞은 소통의 기회를 잘 살려 꼬인 정국을 풀고 야당을 끌어 안을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라 안팎의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시정연설을 계기로 대통령과 야당이 국정운영에 서로 협조하는 상생의 정치가 싹을 틔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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