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발탁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靑, 정책실장에 김상조, 경제수석에 이호승 선임
'재벌 개혁 주도?' vs "기업 살리기 급한데 우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등 현 정부의 핵심 경제라인이 전격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정책실장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낙점했다. 경제수석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발탁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경제수석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2년간 공정거래위원장 직을 맡아 온 진보·소장파 경제학자다. 서울 대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학계·시민사회에서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신임 정책실장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낙점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3대 정책 방향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가속하기 위한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청와대행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공정위를 맡기 전 학계와 시민사회계에서 일하며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만큼 청와대의 재계를 향한 칼날이 더 날카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이 오늘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김 위원장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다방면의 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출입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은 학계, 시민사회계 경력이 있어 민생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공정경제에 관해 공정위 위원장의 역할이 있어 그 연장 선상에서 문 정부 안에서도 정책실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의 정책실장 임명 배경을 전했다.

질의응답에서는 "김 위원장의 정책실장 임명이 시장에 주는 신호가 어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을 독려하려는 시점에 이런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앞선 2년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재벌 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생각해도 되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재벌 개혁 전문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을 자리에 앉히며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얘기가 와닿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청와대 인사가 발표되기 이틀 전에도 재계 인사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19일 오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포용 사회라는 전제 조건을 형성하는 데 함께 해주시기를, 아니 선도해주시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하는 길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이 GIO가 전날 한 학회에 참석해 했던 '농민 일자리' 발언을 향한 지적이다. 이 GIO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네이버 창업에 관한 경험을 알리며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도 벅찬 트랙터 기술 기업에 일자리를 잃는 농민들한테 사회적 책임 다하라고 한다면 너무 큰 부담"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트랙터 회사에 농민의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말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산업 정책, 적극적인 노동 시장 정책, 사회 안전망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부가 제한된 정책 자원을 그 일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에도 재벌 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거나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4월30일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력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변화되거나 후퇴했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6월 취임한 뒤 10대 그룹 지배구조 개선,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공을 들였다. '공정위 특수부'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기업집단의 내부 거래 및 부당 지원 여부를, 유통정책관실을 만들어 대형 유통업체 및 가맹사업본부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 지원, 사익 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칼을 꺼내 들면서 재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런 활동에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구소로부터 '2010년대 들어 재임한 공정위 위원장 중 기업에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등 조처를 가장 활발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정책실장으로서 기업과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 등이 중요한 상황이므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개념으로 일부 부분에서는 양보할 일도 있을 전망"이라면서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재계와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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