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아사히 "북미 협상의 '발기인'을 자처해온 문 대통령 역할"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트위터 한 줄로 성사된 극적이고도 파격적인 이벤트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응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북미정상 만남의 숨은 공로자가 됐다.

아사히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구로고(黑衣)에 철저했다"고 평가했다.  '구로기'란 문자 그대로 '검은 옷'이란 뜻으로, 일본 전통 인형극에서 무대 뒤에 숨어 인형을 다루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철저하게 '구로기'에 머물렀다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사람" , 즉 막후에서 북미 판문점 회담을 조율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판문점에서의 김정은과 회담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의 '발기인'을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미 회담의 조기재개를 소리높여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판문점 회담도 한국이 제시한 아이디어였을 것으로 지적했다.

또 문대통령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남북관계가 미묘하게 경직되고, 지지율이 침체된 상황에서 내년 봄 총선을 겨냥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얻어내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미 정상이 양국 간 물밑 협상을 통해 만남을 사전 기획한 것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을 김 위원장이 하루도 채 고민하지 않고 한편의 '리얼리티 쇼'를 연출했다.

66년 전 정전협정 이후 오랜 적대 관계에 있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이자, 여전히 대치 중인 DMZ에서 만남을 가진 것은 그 자체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지난 1박2일 방한 일정의 주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백악관에서 직접 편집한 듯한 1분 짜리 동영상에는 헬기를 타고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OP)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부터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장면, 그리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 3일 동안 정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모든 것, 적어도 대부분은 미국에 이익이 된다"며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외교에 미 현지 매체들 역시 놀라움을 보내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무 걸음을 북쪽으로 내딛었다며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의 즉흥적인 만남은 TV에서 방영될 만한 대작 드라마같았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취재한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감삼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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