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정법원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청소년들에 대해 '좋은 가정 출신', '대학 진학 예정' 등을 이유로 들며 검찰의 성인의제 심리요청을 기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美가정법원, '좋은 가정 출신' '대학진학 예정' 이유 편향 판결
 상급법원, "특권층에 편향 안돼" 성인에 준해 심리를 치를 예정

미국 가정법원의 판사에게 '전통적인 강간'이란 두 명 이상의 남성이 연루되고, 총기나 무기를 사용했거나 구타 등 위협이 있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폐가 등에서 벌어진 사건을 뜻하는 것이었다.

미 가정법원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청소년들에 대해 '좋은 가정 출신', '대학 진학 예정' 등을 이유로 들며 검찰의 성인의제 심리요청을 기각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BS 등에 따르면 뉴저지 고등법원 상소부는 최근 2건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검찰의 성인의제 심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하급심 결정 2건을 모두 뒤집었다. 미국에선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미성년자가 가해자일 경우 사건을 다루는 판사가 재량으로 성인 형사재판소 관할이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들 중 1건은 뉴저지 몬머스카운티에서 이뤄진 제임스 트로야노 판사의 결정이다. 해당 사건은 한 16세 소녀가 파자마 파티에서 자신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했다며 동갑내기 소년(G.M.C.로 이니셜 처리, 이하 G)을 고소한 건이었다.

소녀는 가해자로 지목된 G가 지난해 파자마 파티에서 밀폐된 공간으로 자신을 데려가 성적인 폭행을 가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G는 사건 이후 촬영한 동영상을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이에 대한 성적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로야노 판사는 G에 대해 "친구들에게 헛소리를 하는 16세 어린애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G를 '대학 입학을 앞둔 좋은 가정 출신', '이글스카우트(보이스카우트 최고 단계)'라고 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밖에도 검찰이 피해자에게 'G가 입을 장기적 피해'를 상기시켰어야 했다고 봤다.

이 판사는 아울러 성폭행과 강간에는 차이가 있으며, G를 성인에 준하게 취급하려면 이른바 '전통적인 강간'에 해당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말한 '전통적인 강간'이란 두 명 이상의 남성이 연루되고, 총기나 무기를 사용했거나 구타 등 위협이 있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폐가 등에서 벌어진 사건을 의미했다.

또 다른 사건은 미들섹스카운티 마샤 실바 판사의 결정으로, 16세 소년(E.R.M.으로 이니셜 처리, 이하 E)이 여름학교에 다녀온 12세 소녀를 집에서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당시 E는 콘돔을 준비하고 소녀를 기다렸지만, 실바 판사는 이를 계획적 범행으로 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E는 당시 소녀가 거부 의사를 밝히고 물어뜯으려고 했음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실바 판사는 그러나 "소녀가 순결을 잃은 것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상급법원 판사들은 이같은 결정을 모두 뒤집었다. 상급법원은 특히 가정법원 판사들이 법이 허용한 사실에 기반한 심리 대신 자신들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세웠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해자의 '좋은 가정 출신'을 거론한 첫번째 사례에 대해선 특권을 누리는 십대들에 편향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결정을 뒤집는 판단을 내리면서 해당 사건들은 검찰 판단에 따라 가정법원 관할을 떠나 대배심으로 옮겨져 심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가해자들은 청소년이 아닌 성인에 준해 심리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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