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유승준이 연예인 병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심 "비자발급 거부 정당"…대법원 "비자발급 거부 위법"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논란’ 역풍

대한민국에서 병역의 의무는 ‘금단’의 영역이다. 어느누구도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당시 여당의 유력 후보가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사례는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연예인들도 병역문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결론 내렸다.

연예계는 유승준이 연예인 병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승준의 병역기피는 당사자에게 독이 됐지만, 다른 남자 연예인들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줬다. 학습효과와도 같다. 유독 병역에 민감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자 연예인이 병역 의무를 필하지 않고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17년간 정부가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한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없지않다. 하지만 병역의 의무를 다한 남성들을 비롯한 상당수 국민은 당연한 조치로 수용했다.

평소 유승준의 바른 이미지에는 연예인이 군복무를 기피하던 2000년대 안팎 '꼭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라는 공언도 포함돼 있었다. 돌연 외국 국적을 얻은 그에게서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래퍼 MC몽은 2010년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치아를 뺐다는 혐의를 받았다.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거짓으로 입영을 연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2014년 정규 6집을 통해 컴백한 이후 앨범은 간헐적으로 내고 있으나, 방송 활동은 전혀 못하고 있다. 여론이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는 병역특례 근무가 불성실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징집됐고, 군대를 두 번 다녀온 후 여론이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배우 송승헌, 장혁 등도 과거 비리에 연루됐으나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예전의 인기를 되찾았다.

한때 연예병사로 통한 '국방홍보지원대'도 큰 논란거리였다. 연예인이 입대할 경우 방송, 공연 등을 통해 군을 홍보하기 위해 창설됐다. 하지만 상추와 세븐 등의 연예병사들의 안마시술소 출입 시비 등 기강 해이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공격을 받았다. 결국 이 제도는 17년 만인 2013년 폐지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군 복무를 한 뒤 위상이 더 높아진 연예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빈, 오종혁, 윤시윤, 듀오 '악동뮤지션' 이찬혁 등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면서 주목 받았다. 올해 '샤이니' 민호도 해병대에 입대했다. 임시완, 주원 등은 조교로 복무해 관심을 모았다.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고 연기에 주력하는 유승호 같은 사례도 있다.

이왕 할 군생활을 화끈하게 보낸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은 크다. 보충역 판정을 받은 배우 지성과 그룹 '2PM' 멤버 택연은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현역으로 복무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에 군대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순차적으로 입대를 하고 전역을 하고 있다. 그룹 '엑소' 멤버 디오(도경수)는 만 26세여서 입대를 미룰 수 있음에도 최근 입대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승준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씨는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했고, 곧 유씨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병무청장은 "유씨가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10여년 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유씨는 2015년 10월 LA 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고, 영사관은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유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유씨가 입국금지 결정 제소기간 내 불복하지 않아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됐다"면서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돼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공식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게 아니라,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며 "항고 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상급행정기관 지시는 내부에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처분 적법 여부는 상급기관 지시 이행 여부가 아닌 법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 원칙 등에 적합한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재외공관장이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인데, LA 총영사관은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사관이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유씨의 입국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강제 퇴거된 경우에도 5년간 입국금지된다"며 "구 재외동포법상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씨에게도 비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기한 없는 입국금지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서 없이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통보한 과정도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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