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애는 사업에서의 스트레스가 췌장암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황토팩 제품 쇳가루 범벅‘ 고발 보도
 김영애 측, 명예훼손·손해배상 등 민형사소송 오랜 재판 끝에 최종 패소

배우 김영애(1951~2017)는 2017년 4월 9일 췌장암 투병 중 별세했다.

‘소비자 고발’을 통해 유명세를 탔지만 故 김영애의 황토팩 쇳가루 검출 보도로 논란을 일으킨 이영돈(63) PD가 김영애에게 때늦은 사과를 하면서 당시의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영애의 황토팩 제품이 쇳가루 보도는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이영돈 PD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김영애가 대주주로 있는 참토원이 KBS를 상대로 낸 2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에서는 일부 승소, 2심에서는 패소했다.

 2010년 1심 재판부는 "KBS가 황토팩 제품이 쇳가루 범벅으로 팩 용도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줘 황토팩 제품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신용이 훼손돼 무형적 손해를 봤다"며 "KBS와 PD 2명은 연대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013년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허위보도로 회사의 신용이 훼손됐다"며 KBS와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제작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2012년 대법원은 이 PD가 진실로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보도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 PD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PD가 이겼다.

방송 당시 누적 매출이 1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김영애는 배우 뿐만 아니라 사업가로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방송 이후 성공과 실패를 오갔고, 사업에서의 스트레스가 췌장암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이영돈 PD가 배우 김영애에게 사과했다. [사진=KTV 제공]

이런 일련의 과정이 김영애에게 독으로 작용했고, 암까지 발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왔다. 김영애는 2012년 '해를 품은 달' 촬영 당시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끝까지 촬영을 마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황토팩 사건 이후 다시 연기에 집중하기 시작한 김영애는 이후 오직 연기력만으로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2012년 '나는 살인범이다'부터 지난해까지 1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송강호와 함께 한 1000만 영화 '변호인'으로 2014년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김영애는 2017년 9월 방송의 날 행사에서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줘 방송진흥유공자에 선정,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편, 이 PD는 11일 "몇 년 전 방송을 하다가 일생일대의 큰일을 맞았다. 2007년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통해) 김영애씨가 사업한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보도를 했던 일이다. 보도 이후 소송이 5년간 이어졌는데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 나 역시 오랜 기간 괴로웠는데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영애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 문상 안 가냐'라는 댓글들도 봤다.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씨께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사과하면 편해질까 했지만, 역시 아니다.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다. 김영애씨는 꿈에도 한 번씩 나온다.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건 일반화의 오류였다. 한 곳을 고발하면 동종업계 식당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때 그랬다. 잘못한 사람과 잘못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던 문제로도 매번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2017년 4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배우 고(故) 김영애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

이 PD는 다시 태어나면 탐사보도 또는 고발 프로그램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연출하지 않은 대만 카스테라 콘텐츠나 방송 중 실수가 있었던 그릭 요구르트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영돈 PD의 공개 사과는 4년 공백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건강한 먹거리 관련 콘텐츠 제작과 식품 생산사업을 시작하기 전 과거의 일들을 해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3년 전 만든 더콘텐츠메이커를 할리우드 스타 폴 뉴먼의 뉴먼스오운 같은 식품회사로 키우고 싶다며 "양심적인 먹거리로 공익적 사업을 하고 싶다. 건강과 장수에 대한 노하우도 체계화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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