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경기도 광주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믿음과 용기, 열정을 가지고 일에 집중해서 신화를 만들자"고 주문했다.(사진=동부그룹 제공)

"성폭행 피해자의 자식" 가족 청원…"김준기 성범죄 처벌해달라"
 "합의하에 성관계 했다"는 주장에 "목숨 걸고 아니다"강한 반박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거야'…김준기(75) 전 DB그룹 회장의 파렴치한 범죄행각에 대한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 전 회장 기소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최근 언론에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였던 A씨가 지난해 1월 성폭행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1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당시의 상황을 낱낱하게 밝혔다.
A씨는 "(김준기 전 회장의) 옷을 입혀줄 때 등 이상하게 느껴 관리자에게 말했지만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할 뿐이지 나쁜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A씨는 "(김준기 전 회장이)외국에서 돌아올 때 음란물 비디오를 갖고 들어오면서부터 노골적으로 변했다"면서 “TV로 음란물을 시청했고 시간이 지나며 A씨에게 옆에 앉으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김 전 회장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수시로 저질러 "내가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니까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아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면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나 안 늙었지? 나이 먹고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라고 강요하자 A씨가 "하지 마라. 뭘 가만히 있느냐"고 저항하는 음성이 담겨있었다. 그러면서 A씨는 “1년간 (김준기 전회장에게)당했던 성폭행의 1만분의 1도 녹음이 안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당시 돈을 받지 않았지만 며칠후 성폭행등 그동안의 일에 대한 함구하는 조건으로 22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김 전 회장 측에서 밝힌 "합의하에 성관계 했다"는 주장에 "목숨 걸고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피해자 가족이 올린 청원 글에는 자신을 "성폭행 피해자의 자식"이라고 소개하며 "어머니는 이혼 후 자식 둘을 혼자 떠안게 된 뒤에 식당일을 전전하다가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숙식을 해결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 너무 힘들다는 말을 계속했다"며 "처음부터 김 전 회장이 노골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후 어머니가 방에 있어도 음란물을 봤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어머니가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글쓴이는 "김 전 회장은 어머니에게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결국 추행과 함께 수위를 거듭해가다 차마 제 손으로 적을 수 없는 일까지 저질렀다"고 썼다.

글쓴이는 "어머니는 결국 그만두게 됐는데, 김 전 회장과 하수인들이 법을 모르는 어머니를 회유해 가사도우미로서 집안에서 보고 들은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고도 밝혔다.

이어 어머니가 1년 후 고소를 결심해 행동에 나섰지만 김 전 회장이 경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그는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 경찰에서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김 전 회장을 적극적으로 체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11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3229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는 마쳤으나 김 전 회장 조사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행 피소 당시는 김 전 회장이 이미 미국으로 떠난 뒤였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치료를 이유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출국 후 약 2달 뒤 비서 상습 추행 혐의가 불거졌고 이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비서 추행 의혹이 불거진 2017년 9월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를 신청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신병 인도를 위한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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